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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대기업집단 지정···내부거래 '비상'

농심, 대기업집단 지정···내부거래 '비상'

등록 2022.04.28 09:00

수정 2022.04.28 14:15

김민지

  기자

올해 자산총액 5조원 넘겨···공시대장집단기업 포함율촌화학·농심미분 등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

농심, 대기업집단 지정···내부거래 '비상' 기사의 사진

농심그룹이 내부거래 비중 낮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집단기업으로 지정되면서다. 공시대상집단기업은 자산 총액 5조원이 대상 조건인데, 농심은 이번에 이 기준을 충족했다.

농심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내부거래에 제동이 생길 수 있는 탓에 농심 오너일가 세 형제가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계열 분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기업집단에 지정돼 타이밍을 놓치게 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집단기업에 농심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자산 총액 5조3790억원으로 공시대상집단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상장사 4개, 비상장사 40개(해외법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회사 30%·비상장회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재계에서는 이미 일찌감치 농심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점치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농심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고 신춘호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이 보유한 우일수산이 제외되며 급한 불을 껐다.

우일수산은 1992년 설립된 조미식품·어육제품 제조업체다.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인 김정조·정록·창경·정림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은 공정위에 우일수산의 주주와 경영진들이 인척 4촌 안에 들지만, 농심이 임원을 파견하지 않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집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2020년 말 기준 우일수산의 자산총액은 1331억원에 불과했는데, 농심그룹이 우일수산을 분리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간신히 5조원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 기준에 미달됐다. 그러나 올해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 없었다.

농심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율촌화학과 농심미분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각각 65.13%, 100%다. 또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은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시대상 기업집단 조건 충족 이전에도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꼽혔다.

율촌화학은 필름 포장재·포장원단, 골판지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5126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올린 매출은 2015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41.5%) 대비 2.2%포인트 줄어든 39.3%로 나타났다.

농심미분은 지난해 137억원 매출 중 27.7%인 38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회사는 신동익 부회장이 지분 60%를, 이어 신 부회장의 자녀인 신승열·유정 씨가 각각 지분 20%씩을 보유하고 있다.

태경농산은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지난해 태경농산 매출액은 4133억원으로 전년(3847억원) 대비 7.4% 증가했다. 이 중 특수관계자 간 거래로 올린 매출은 2169억원이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52.5%로 전년(58.5%) 대비 6.0%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내부거래액 가운데 농심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2126억원에 달한다.

태경농산의 최근 5년간 특수관계자 간 수익을 보면 ▲2017년 61.2% ▲2018년 57.0% ▲2019년 56.6% ▲2020년 58.5% ▲2021년 52.5%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식품가공설비 및 기기 등의 제조 및 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은 558억원으로 전년(31.8%) 대비 0.5%포인트 늘어난 32.3%로 집계됐다. 전체 내부거래액 가운데 농심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188억원이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지분 42.92%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뒤이어 신동윤 부회장은 지분 13.18%를 갖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태경농산이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TK America, Inc.이다. 농심개발은 농심홀딩스가 96,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농심그룹의 자금순환구조는 농심-계열사-농심홀딩스로 이어지게끔 구축된 것이다.

농심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제품 원재료 등 영업기밀 유지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은 곳들은 대부분 농심 오너일가 지분율도 높다.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구조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배당금을 통해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운다는 '사익편취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농심홀딩스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92억5500만원이다. 이 중 신동원 회장은 39억8100만원을,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12억2200만원을 수령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들이 수령한 총 배당금은 61억7700만원에 달한다.

올해 농심그룹은 계열사 간 특수관계자 매출을 줄이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면서 "법에 규정된 내부거래 발생 시 성실히 공시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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