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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구태 못 버린 'K-주총'···멀고도 험한 주주 친화의 길

NW리포트

올해도 구태 못 버린 'K-주총'···멀고도 험한 주주 친화의 길

등록 2022.04.04 07:01

정백현

  기자

주요 상장사 주총 개최일, 90%는 여전히 3월 말에 편중폐쇄적 주총·통지서 우편 발송 등 구시대적 현상 여전주주 이익보다 회사 이익 앞세운 사외이사 선임도 문제기업-정치권 자발적 혁신 필요하지만 해결 노력은 전무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총장의 모습도 과거보다 다소 부드러워지고 참여하는 주주들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말로만 '주주 친화 경영'을 내세웠고 실제로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 편의주의와 소수 주주의 이익만 좇는 문화가 여전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K-주총' 문화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목요일인 3월 31일까지 국내증시에 상장된 주요 12월 결산법인 기업들이 정기주주총회를 치렀다. 상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4월에도 주총을 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현실적 문제 때문에 올해도 여전히 3월 말에 주총이 몰아서 열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집계 수치에 따르면 3월 하순(21~31일)에 주총을 치른 상장사는 무려 1992개에 달했다. 3월에 주총을 치르겠다고 계획한 상장사 수가 2195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90.8%가 3월 하순에 주총을 치른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업계에서는 관례처럼 뿌리내린 3월 하순 주총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주총 집중일이 아닌 다른 날에 주총을 치르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특전 부여 프로그램(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업들은 3월 하순 주총을 고집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재무제표 관련 외부감사인의 회계 감사 기간이나 보고서 수령·제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3월 말에 주총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그나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자투표제의 확산이다. 지난 2020년부터 전자투표제가 본격적으로 확산했으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기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적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주총 전자투표제 확산의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권익도 다소 보호됐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제도가 영속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장기업들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의 폐쇄적 주총 진행도 달라지지 않은 문화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제주에서 주총을 치른 카카오다.

카카오는 소액주주 숫자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191만8337명에 달할 정도로 개미들이 집중 매수에 나섰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총은 제주 아라동의 본사 건물인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렸다. 주총장을 찾은 순수 주주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주주 대부분이 전자투표제를 통해 의안에 의견을 표명했고 회사 측에서도 여러 사정이 있어서 제주에서 주총을 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주주들은 "주주들이 무서우니 멀고 먼 제주에서 약소하게 주총을 치른 것이 아니냐"고 성토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주총 통지서 우편 송달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주총 날짜와 안건 등을 담은 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우편 통지서 제작과 발송 비용으로만 엉뚱한 돈을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주주 배당금을 더 늘리라"고 꼬집는가 하면 최근 경영계의 대세 이슈인 ESG 경영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모바일로도 전달 가능한 주총 내용을 굳이 비용을 들여 우편으로 보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상법상 주총 통지를 우편으로만 하게끔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이 나서야 할 문제지만 누구도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탓에 주주들이 간접적 피해를 보는 셈이다.

주총의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달았다. 무엇보다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들의 선임과 주주 배당 내용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 이들 사안 모두 주주 친화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대주주 등 소수 주주의 이익만 좇아간다는 비판이다.

우선 대주주보다 소액주주가 더 많은 배당금을 가져가거나 아예 최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는 차등배당 사례는 15개 정도로 2020년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단순히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일시적 당근책 내지는 꼼수 방식으로 차등배당을 택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특히 소액주주에게 주당 1330원을 배당하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1000원을 배당한 에이스침대는 대표적인 '꼼수 차등배당' 사례로 꼽힌다. 소액주주 배당액을 늘려도 전체 107억원의 배당금 중 약 84.1%에 달하는 약 90억원을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깜깜이 사외이사' 선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기업 사외이사 신규 선임자 명단에는 유독 대학교수나 전직 관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회사 본업과는 전혀 무관한 전공 분야의 교수나 관료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이 내부 감사와 통제보다는 대관 로비의 목적으로 영입된 인사라는 인상이 짙었다.

이와 함께 같은 성별로 이사진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상법 조항 때문에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주주들의 이익 신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누구도 규명하려 하지 않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 전문가가 아닌 교수들이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을 명분은 없다"며 "갈수록 이사회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처럼 이사들의 주요발언을 공시에 기록하는 등 이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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