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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 D-2···캐스팅보트 쥔 '산업은행·반도건설'

한진칼 주총 D-2···캐스팅보트 쥔 '산업은행·반도건설'

등록 2022.03.21 15:24

수정 2023.09.06 10:49

이세정

  기자

KCGI, 2년만에 사외이사·정관변경 등 주주제안사실상 엑시트 전략 해석, 조원태 회장 지분 우위반도, KCGI와 동맹 깨져···산은 역시 중립적 입장

한진칼 주총 D-2···캐스팅보트 쥔 '산업은행·반도건설' 기사의 사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단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주총은 조원태 회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표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주총은 조 회장 측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경영 감독자'를 자처한 산업은행과 한때 KCGI와 '원팀'을 꾸렸다 결별한 반도건설의 표심 향방에 따라 주총 결과에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1일 재계와 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진칼은 오는 23일 제9기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사내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놓고 찬반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2018년부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KCGI는 지난해 분쟁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동맹 전선이 와해됐고 주요 주주로 등판한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된 탓이다. 실제 지난해 주총에서는 단 한 건의 주주제안도 하지 않으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KCGI는 2년 만에 다시 주주제안에 나섰다. 총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한 2020년 주총과 비교하면, 분쟁 의지가 약화됐다. 사외이사 후보 역시 과거 선임안이 한 차례 부결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업계에서는 '견제와 감시'라는 펀드 설립 목적을 내세우며 엑시트 명분을 쌓는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93%로 연초 25.83%에 비해 5%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조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누나인 조현숙씨 등 오너가가 보유 지분을 매도한 영향이다. 외부세력과 손을 잡아 사실상 퇴출된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 2.06%를 제외하면, 총 유효 지분율은 18.87%로 추산된다. 여기에 조 회장의 확실한 백기사인 델타항공(13.21%) 지분율을 더하면 32%가 넘는다.

반면 KCGI는 17.41%의 지분율을 유지 중이다. 단일 기준으로는 최대주주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외부 세력을 배제하면, 조 회장 측과 KCGI 측 지분율 격차는 14%포인트 넘게 벌어진다.

나머지 주요 주주로는 반도건설(17.02%)과 산은(10.58%)이 있다. 이들 표심은 속단하기 힘들다. KCGI의 이번 주주제안이 단독 제안인 만큼, 반도건설이 과거 관계를 고려해 KCGI 편에 설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산은 역시 대외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찬반 표결을 벌일 안건은 총 9건이다. 우선 한진칼은 임기가 만료되는 주인기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총 2인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당초 한진칼 측 사외이사 후보는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 교수까지 총 3인이었다. 하지만 신성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이날 자진 사퇴했다. KCGI는 2020년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선임안이 부결된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명예교수를 다시 불러왔다. 한진칼과 KCGI 모두 상대측 후보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산은의 눈과 입이 될 사외이사 3명이 이미 한진칼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산은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며 자신들이 추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했다. 사외이사인 최방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산은 측 인사이면서 한진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소속 위원이다. 최 이사는 지난달 22일 열린 사추위 회의에서 사측 이사 후보 전원에 대해 찬성했다. 산은 역시 사측 후보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만약 반도건설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조 회장 측 지분율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가결 가능성이 높다.

KCGI 측 서윤석 후보의 경우 시장과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이사회 진입에 실패한 전적이 있는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시 서 후보는 참석 주주의 52%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사측 사내이사 후보로는 지난 1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류경표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진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류 사장은 한진칼에서 경영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KCGI는 사내이사 후보를 따로 추천하지 않았다. 단순 지분율로 따져볼 때,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총의 변수는 반도건설과 산은이다. 한진칼 지분율 3%대 내외로 추정되는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KCGI 측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안에 동의안을 던지기로 했다. KCGI와 갈라선 반도건설은 사측 후보를 무조건 반대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산은 역시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모든 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총 3인 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 수는 3인 이상,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이사회 최대 인원을 제한하는 상한선이 없는 만큼, 결과에 따라 이사 후보 모두가 선임될 수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정관 변경의 안건과 이사 보수한도 증액 안건이다. 정관 변경의 안은 KCGI의 주주제안으로, 이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연금은 이사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경영 자율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은 사측 안건이다. 한진칼은 올해 이사 보수 최고 한도액을 전년과 동일한 50억원으로 상정했다. 작년 총 이사 14명에게 지급된 실제 보수는 29억원이었다. 올해 이사 후보 전원이가신규 선임될 경우 총 이사 수는 16명으로 늘어나는 만큼, 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보수 한도액이 과도하다고 판단, 반대하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측 우위가 예상되지만, 반도건설과 산은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며 "KCGI 입장에서는 하나의 안건이라도 가결되더라도, 엑시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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