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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색내기용 면세점 정책, 답답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생색내기용 면세점 정책, 답답하다

등록 2022.02.18 10:54

천진영

  기자

reporter
지난 2020년 중국의 면세점 육성 정책을 두고 한국은 표정관리하기 급급했다. 하이난 지역을 면세특구로 개발해 면세한도를 끌어올리는 내수 부양책은 당장 글로벌 면세업계 1위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변수만 사라지면 회복은 시간 문제라는 믿음이 강했다. 그러나 중국 따이궁(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은 한국 면세시장 특성상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마냥 손 놓고 있다가 핵심 고객마저 줄줄이 빼앗길 판이다. 때문에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코로나19 창궐 초반 한중 양국이 펼친 지원책부터 살펴보자. 2020년 6월 우리 정부는 면세업계를 위해 한시적으로 재고 면세품의 내수 판매를 허용했다. 온라인 면세점 사이트가 마비되고 매진 행진이 이어졌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중국은 면세산업 자체를 키우는 데 주안점을 뒀다. 외환 유출을 막고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려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을 홍콩을 능가하는 면세지역이자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면세한도를 3만 위안(약 52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3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시내면세점 정책 완화와 동시에 해외규제는 대폭 강화했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내수회복 정책에도 희망은 있었다. 따이공 입장에서 한국은 아직 매력적인 관광지라는 점이다.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막대한 송객 수수료,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한국 면세점 산업이 한 번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면세점 수요 이전 가능성이 있겠지만 코로나19 소멸, 유커 규제 완화 시 따이공의 한국 면세점 수요는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면세업계는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

세계 1위 자존심도 금이 갔다.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지난 2020년 중국이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했다. 국가 차원에서 면세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중국에 맞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했다.

우리 정부가 마냥 뒷짐만 쥐고 있던 건 아니지만 발표하는 정책마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국인 면세 5000달러(약 594만원) 구매한도 폐지' 카드가 대표적이다. 면세 매출과 직결되는 면세한도는 여전히 600달러(약 71만원)에 머물러 업황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면세한도 600달러는 일본(20만엔·약 205만원), 미국(800달러·약 95만원) 등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하이난 면세점의 면세한도는 10만위안이다. 최근 하이난 당국은 작년 관내 10개 면세점 매출과 방문객이 전년 대비 각각 84%, 73% 늘었다고 공개했다. 면세한도 상향 등 보다 과감한 육성책이 필요한 배경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후 관광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입점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객 유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면세업계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난달 정부는 해외 거주자가 국내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국산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 역직구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절실한 지원책은 외면한 채 찔끔찔끔 생색내기용 정책만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국제 경제환경이 어느 때보다 빨리 변화하고 있으므로 면세점도 기존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생존 기로에 선 면세업계는 면세점 철수,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타성에 젖은 건 업계가 아니라 정부다. 면세시장을 억누르며 벼랑 끝으로 내몬 반(反)시장적 정책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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