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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워홈 구본성, 지금은 틀리고 그때가 맞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아워홈 구본성, 지금은 틀리고 그때가 맞다

등록 2022.02.09 16:33

김민지

  기자

reporter
"가족 간 분쟁 관련 보도들로 인해 아워홈을 사랑하고 지지해 주신 고객들과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한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최근 횡령·배임 혐의 피고소 사건, 동생들과의 경영권 다툼에 휘말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중 한 문장이다.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전부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단 의사를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자신을 '가족과 회사를 진심으로 아꼈던 사람'으로 제대로 포지셔닝했다. 이는 '그간 애써 키워온 아워홈을 갑자기 떠나게 돼 대단히 슬프고 유감스럽다', ' 부모님의 건강과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멘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구 전 부회장은 자매들의 뜻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라면서 이번 보유지분 매각 결정이 '구지은 부회장이 자신을 견제하느라 경영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목매며 회사 일을 잘 돌보지 못할 인물이라고 은근히 깎아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구 전 부회장은 실적을 거론하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2016년 취임 이후 1조2000억원 안팎에 정체됐던 매출을 2019년 1조7300억원까지 성장시키는 등 경영성과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을 당시에도 영업손실을 최소화하며 회사를 지켰다고도 주장했다. 구지은 부회장과 자신은 다르다는, 대조적인 느낌을 주려는 듯 했다.

실소가 나왔다. 아워홈이 지난해부터 골육상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 구 전 부회장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기 때문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상대 운전자에게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구지은 부회장에게 반란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줬다.

실적으로 성과를 어필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을 이끄는 동안 매출액이 소폭 올랐을지는 몰라도 영업이익은 되레 뒷걸음쳤기 때문이다. 구 전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6년 8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657억원으로 줄었다. 2019년 영업이익 715억원을 내 반등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길 진심으로 바랐다면 보복운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됐다. 자신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깨 놓고 경영권 분쟁의 책임 소재를 동생들로 돌리는 것도 결코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현재의 분쟁상황을 부각시키면서 구지은 부회장과 자매들이 시끄러운 상황을 만들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보복운전 혐의가 드러났을 때나, 이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할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객과 임직원에게 사과할 시기는 지금보다는 그때였다. 보복운전이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더 무거운 감정을 느끼고 송구스러워야 했지 않았을까. 구 전 부회장의 판단력이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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