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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라젠에서 상폐 비극까지 6년간의 기록

[벼랑 끝 신라젠]갓라젠에서 상폐 비극까지 6년간의 기록

등록 2022.01.19 12:14

수정 2022.01.19 16:45

박경보

  기자

간암 치료제 기대감에 코스닥 2위 등극···상장 후 10배 ‘껑충’美서 임상중단 권고에 급전직하···경영진은 공시 전 대량 매도문은상 배임으로 거래정지···경영개선에도 20개월 만에 ‘상폐’

갓라젠에서 상폐 비극까지 6년간의 기록 기사의 사진

한때 코스닥 2위에 오르며 ‘갓라젠’으로 불렸던 신라젠이 상장폐지에 가까워졌다. 신라젠의 간암 치료제 ‘펙사벡’은 꿈의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임상 중단과 경영진의 배임행위로 애꿎은 개인투자자들만 사지로 내몰리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 주권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거래소는 상장규정에 따라 향후 20일 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부여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지난 2006년 부산대학교의 산학협력 바이오벤처로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문은상 전 대표가 2013년 경영권을 인수한 뒤부터 간암 치료제인 펙사벡 개발이 본격화됐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작용기전 덕분에 ‘꿈의 신약’으로 불리며 신라젠의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12월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뒤 약 1년 간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상장 당일 1만2850원에 마감한 주가는 2017년 11월 21일 13만1000원(종가 기준)까지 상승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라젠은 고점을 찍을 당시 시가총액 8조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주가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돌입 소식에 장중 15만23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젠의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장 이후 열배 가량 상승했던 신라젠의 주가는 2018년 가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2019년 8월 2일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마감하는 이른바 ‘펙사벡 쇼크’에 무너져 내렸다.

당시 주가가 급감한 이유는 신라젠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 무용성 평가를 담당한 미국 독립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펙사벡의 임상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지면서 4만4550원이었던 주가는 불과 나흘 만에 1만5300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당시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펙사벡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대량 매도한 바 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총 156만2844주를 매각하며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겼다. 신 모 전무도 2017년 7월 1일부터 8일까지 4회에 걸쳐 보통주 16만7777주를 전량 매도해 약 88억원을 챙겼다. 모두 무용성평가 결과가 발표되기 전의 일이다.

여기에다가 문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3년에는 7000만원짜리 특허대금을 30억원으로 부풀려 지급해 회사에 29억3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

이어 2015년에는 지인들에게 과도한 스톡옵션을 부여한 후 신주 매각대금 중 38억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등 문 전 대표의 범죄행위가 잇따라 드러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신라젠과 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줬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꾸짖었다.

이에 지난해 6월 19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신라젠은 거래정지 후 1년간 경영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한국거래소 기심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자금 확보와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 등을 신라젠에 요구한 바 있다.

기심위의 요구에 신라젠은 지난해 7월 15일 최대주주를 문은상 대표에서 엠투엔으로 변경했고, 10월에는 장동택 대표이사를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5월과 7월에는 각각 600억원,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총 1000억원의 자금도 확보했다.

하지만 거래소 기심위는 이 같은 경영개선 계획 이행에도 ‘기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 변경과 대규모 자금 조달 등에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본 셈이다.

현재 신라젠은 펙사벡의 신장암 대상 병용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을 보유한 신라젠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경영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현재 주요 임상들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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