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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도 물러나···‘범롯데家’ 2세 시대 본격화

신준호도 물러나···‘범롯데家’ 2세 시대 본격화

등록 2022.01.13 16:13

김민지

  기자

故 신격호·신춘호 별세 이어 신준호 대표직 내려놔신동빈·신동원·신동환 선대서 못 푼 갈등 해소 국면 신성장동력 발굴·3세 승계 발판 마련 작업도 분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범(汎)롯데가’ 2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이 별세한 데 이어, 신격호 회장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까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다.

최근 푸르밀은 신준호 회장과 차남 신동환 부사장의 공동대표 체제에서 신동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1941년생인 신 회장이 고령인 것을 고려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범롯데가는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원 농심 회장, 신동환 푸르밀 사장의 ‘2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반세기 간 풀지 못한 1세대 갈등···2세대서 풀리나 = 이들은 선대에서 풀지 못한 갈등을 2세 화합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사업을 일군 후 형제들을 불러 함께 롯데를 운영했지만, 갈등을 빚고 대부분 동생과 의절하다시피 했다.

신 명예회장과 신춘호 회장은 1965년 신춘호 회장이 제안한 라면 사업을 신 명예회장이 반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형의 반대에 신춘호 회장은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고 신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사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춘호 회장은 1978년 롯데공업의 사명을 농심으로 바꿨고, 형제의 감정이 완전히 상해 영원히 결별하게 됐다. 지난해 1월 신 명예회장의 별세 후 빈소에도 신춘호 회장은 조문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신춘호 회장도 영면에 들면서 형제는 끝내 생전에 화해하지 못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신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나와 ‘푸르밀’을 창업했다. 신 명예회장은 나이 차이가 19살이나 나는 남동생인 신준호 회장과 부동산을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원래 신준호 회장은 신 명예회장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 명예회장이 신준호 회장의 명의로 산 땅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의가 상했고, 신준호 회장은 2007년 롯데햄우유를 롯데 계열을 분리해 회사 이름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그러나 신격호 명예회장에 이어 신춘호 농심 회장까지 영면에 들며 형제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신춘호 회장 별세 당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어 장례 일정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대신 나란히 조화를 보냈다. 두 조화는 고인의 빈소 내부에 자리를 잡았는데 특히 신동빈 회장의 조화는 고인의 영정 바로 옆에 놓였다. 빈소에는 ‘롯데 임직원 일동’이 보낸 조화도 놓였다.

앞서 지난해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당시에는 신춘호 회장 대신 그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조문했고, 신준호 회장도 형의 빈소를 찾았다.

또 2세들은 선대와 달리 범롯데가 모임에서 허물없이 뭉치고 있다. 특히 신동원 농심 회장이 중심 역할을 맡으며 신동빈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이 오는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베지가든’을 오픈하는 것을 두고도 범롯데가의 묵은 앙금이 풀릴 것이란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대 이어 사업 확대 과제···‘3세 경영’ 발판 마련도 = 범롯데가 2세들에게는 선대를 이어 사업을 더욱 번창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들은 각자가 이끄는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롯데와 농심은 3세 승계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중국의 사드 보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거치면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그룹의 큰 축인 유통부문의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지난 정기인사에서 외부 인재를 속속 영입했다.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새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 외부 출신으로 롯데마트 대표 자리에 오른 강성현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관리 체계는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에서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하는 조치도 진행했다. 또 인사제도까지 뜯어고치며 체질 개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애 집중하고 있다. 신 회장은 라면 등 주력 제품의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가정간편식(HMR), 건강기능식품, 비건 식품 등 신사업 육성에 나선다. 이를 통해 농심을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는 데 보다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원 회장은 한편으로 3세 경영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신 상무가 입사 3년 만에 임원직에 오르면서 농심의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울러 조만간 형제들과의 계열 분리에도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을 계속 유지할 끈이 사라진 데다 농심이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제재 대상인 대기업집단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 등이 계열 분리설에 힘을 싣는다.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2018년 이후 매출액은 물론 수익성까지 급감했다. 게다가 유업계에서 존재감도 상당히 미미한 상황이라 인지도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당면 과제다.

푸르밀은 신 대표 부임 첫해인 2018년 영업손실 15억원, 당기순손실 4억원으로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2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다. 이어 매출액은 2019년 2046억원, 2020년 1878억원으로 계속해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을 내며 급격하게 확대됐다.

올해 창립 43주년을 맞는 푸르밀은 푸르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공식몰을 오픈하며 판매 채널을 다각화했다. 또 ‘초코츄러스라떼’, ‘블랙보리우유’ 등 차별화된 유제품을 지속 출시하며 유제품 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힌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준호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는 사임하지만, 푸르밀 최대주주(지분 60%)는 유지한다. 아직 신동환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푸르밀 지분은 10%고 여동생 신경아 이사가 12.6%를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2세 승계가 이뤄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신동환 대표의 아들인 신재열·찬열 형제가 각각 4.8%, 2.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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