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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뺏고 뺏기는 시공사 교체 바람···하이엔드 요구로 더 빈번

부동산 건설사

뺏고 뺏기는 시공사 교체 바람···하이엔드 요구로 더 빈번

등록 2021.12.29 14:49

김소윤

  기자

[2021 정비사업 결산②] 컨소마저도 줄해지‘조합 갑질’(?)로 마음에 안들면 시공사 교체 빈번하이엔드 요구에 기존 건설사와 계약 해지 많아경쟁 피해 컨소로 가도 조합 반발로 불발되기도 건설사 ‘울상’···“무차별 해지 제도적 조정 필요”신반포15차 이슈로 ‘일방적 해지’ 제동 걸릴수도

뺏고 뺏기는 시공사 교체 바람···하이엔드 요구로 더 빈번 기사의 사진

최근 도시정비사업 조합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건설사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자연스럽게 조합 우위의 구도가 형성된 탓도 있다.

무엇보다 올 들어서는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해지 사례가 증가했다. 특히 하이엔드(브랜드 고급화) 요구가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 간 파열음이 잇따르는 모습이었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정비사업지에서도 하이엔드로 브랜드 교체 요구가 늘기도 했는데 시공사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난색을 보이자 결국 갈등이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속출한 것이다.

◇지방까지 번지는 고급 브랜드 선호, 잇단 계약해지 = 정비업계에 따르면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7월 DL이앤씨와의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e편한세상’ 브랜드를 '아크로'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시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게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로서는 시공사로 선정된 지 1년 2개월여 만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됐다.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이 설계 변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시공사 롯데건설 해임을 재의결했다.

지방에서도 고급 브랜드 적용을 두고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역 내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 조합이 DL이앤씨 컨소시엄(DL이앤씨·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산업)과의 계약 해지에 나섰다. 아크로 적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게 계약 해지의 원인이었다.

부산 금정구 서금사재정비촉진구역에서는 서금사5구역과 서금사6구역이 잇따라 시공사를 교체했다. 서금사5구역이 기존 시공사와 결별을 선언한 뒤 지난달 포스코·GS건설 컨소시엄을 새 시공사로 맞이했고, 인근 6구역도 기존 시공사(중흥·반도건설 컨소시엄)와 계약을 해지했다. 부산 괴정5구역, 우동3구역 재개발조합도 같은 이유로 시공사와 결별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1차’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7월31일 임시 총회를 열고 조합원 50% 동의로 롯데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2019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뽑은 이후 1년여간 갈등을 빚었다. 특히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계약 해지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 피해 컨소 맺기도 했지만 조합 ‘반발’···부산 재개발은 컨소 줄줄이 ‘해지’= 정비업계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 바람이 부는 건 브랜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당초 중견건설사를 시공사로 확정했다가 최근 집값 상승 여파로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대형사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선별적으로 적용해 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적용 범위를 기준 없이 확대할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의 희소가치가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브랜드를 둘러싼 이런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초부터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먹거리가 줄자 일감 확보를 위해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약속하며 경쟁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이에 너도나도 고급 브랜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든 문제의 원인인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 건설사 간 컨소시엄을 맺으려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동작구의 노량진3구역이다. 그동안 물밑 경쟁을 펼쳐왔던 GS건설과 포스코건설 간에 손잡자는 제의가 온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에서는 불필요한 홍보 비용과 미분양 리스크, 자금 조달 부담 등을 덜 수 있어 컨소시엄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마저도 조합 측은 GS건설과 포스코건설에 컨소시엄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컨소시엄에서 단독 시공으로 선회하는 조합마저 늘고 있는 분위기다. 컨소시엄이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이 커진 데다 향후 시세 견인에 단독 브랜드가 더 유리하다는 점이 영향으로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부산에서 일고 있는 시공사 교체 움직임은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대규모 단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실제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금정구 ‘서금사5구역’에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다. 조합은 2018년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SK건설·한화건설·DL건설 컨소시엄(시너지사업단)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시공사 입찰을 진행 중이다. 서금사5구역 외에도 사하구 괴정5구역은 최근 열린 정기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의 건’을 가결했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다. 아울러 진구 범천4구역도 시공사 DL이앤씨·호반건설·한진중공업 컨소시엄(대림사업단)에 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의 계약 해지의 진짜 이유는 단독 시공을 위해서였다. 최근 건설사 고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단독 브랜드가 향후 시세 상승 견인에 유리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보단 속도” 시공사 교체 턱 밑까지 와도 안 하는 사례도 = 물론, 모든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교체한 것은 아니었다. 시공사 교체할 기회가 바로 ‘코 앞’까지 왔는데도 “재개발은 속도”라며 기존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 조합도 있었다. 그 예가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과 동작구 노량진 7구역이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해지 총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었다. 신월곡1구역은 이미 지난 2009년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곳으로 시공사가 제안한 ‘마크원’ 브랜드를 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이 고급 브랜드인 ‘르엘’이나 ‘갤러리아 포레’를 요구하며 시공사 해임 동의에 나섰다. 고급 브랜드 도입이 어렵다면 시공사 계약 해지 수순도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국 조합원들은 “브랜드보다는 속도를 택하겠다”며 시공사 선정 취소하자는 의견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노량진7구역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위해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SK에코플랜트를 다른 건설사로 교체할 뻔했다. 그러나 고심 끝내 노량진7구역의 기존의 시공사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무엇보다 시공사를 재선정하게 되면 시공사 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사업이 더 지체될 수 있어서다. 이들 조합원은 최근의 신반포15차를 예로 들며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재개됐는데 이러다 또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 신반포15차는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최근 대우건설이 해당 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자 지위 확인소송 2심에서 승소하면서 공사 중지 위기에 처한 상태다.

◇신반포 이슈가 전환점 될까···“무차별 해지 제도적 조정 필요” = 시공사 교체 바람이 잦은 가운데 올해 건설업계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조합과 건설사 간의 시공사 교체와 관련한 소송을 두고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실제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대우건설이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해당 단지의 내년 분양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새 시공사로 선정돼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물산은 공사를 중단할 가능성마저 커지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로 다른 재개발 조합들도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었지만 “섣불리 시공사를 교체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며 망설이다가 놓친 곳도 여러 있었다.

이미 업계에서는 시공사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건설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해지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야 하고, 참석 인원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를 해서 총회를 통과시키면 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국회의원은 시공사 변경과 조합임원 해임 관련 총회 의결 기준을 선정 기준 수준으로 강화하는 도시정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이번 신반포15차 사례가 지금까지의 정비사업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 교체 기준을 개선하는 등 제도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당장 현실적으로 이루기엔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 집행부 해임과 시공사 해지를 까다롭게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신반포15차의 대우건설 승소 사건은 건설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 실제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게 된다면 나중에 소송까지 가게 된다고 해도 왠만해서는 조합원들이 이기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과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변경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까지 벌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은 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시공사 자격을 다시 인정받았지만, 조합 측이 입찰 당시 부정행위를 이유로 또다시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도 시공사의 권리행사보다는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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