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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본시장에 무지한 대통령 후보

오피니언 기자수첩

[임주희의 슬주생]자본시장에 무지한 대통령 후보

등록 2021.12.14 11:04

임주희

  기자

reporter
“10년 전인 2011년 미국의 한 회사가 투자자를 구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는데, 벤처캐피탈의 펀드를 통해 그 회사에 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당시 주당 9센트였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금요일 기준 115달러89센트가 됐다. 10년 사이에 1287배 넘게 올랐다”(안철수 국민의 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언급한 회사는 바로 개발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다. 2004년 설립돼 2006년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를 출시했다. 당시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플랫폼을 개발하는 비공개 기업이었지만 지난 3월 미국 유가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는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한 개인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통해 1278배의 수익을 냈다는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다. 모였다하면 주식 이야기를 하는 현 시대에 이 같은 수익을 냈다는 발언은 화제가 됐다.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들은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수익률이다.

하지만 그의 추가 발언은 자본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후보가 맞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안 후보는 자신의 수익률 언급에 이어 “만일 10년 전에 348조 9000억이었던 국민연금 적립금의 0.286%인 1조 원만이라도 이런 회사들에 투자했다면 엄청난 수익으로 연금 고갈 걱정을 많이 덜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기본 성격과 자본시장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가히 포플리즘을 넘어 ‘표플리즘’을 의식한, ‘표’를 얻기 위한 지나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의 투자 성격은 안정적 장기 수익 추구이다. 때문에 고위험·고수익의 벤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올해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금 중 1조를 퍼센트(%)로 보면 소수점에 불과하지만 수십명의 노후가 걸린 귀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투자는 ‘모 아니면 도’라고 할 정도로 위험률이 높은 투자다. 투자 기업마다 수익률을 내는 것이 아닌데다 원금손실 위험도 높다. 어쩌다 ‘잭팟’을 터뜨리기 위해 안 후보의 말대로 국민연금이 투자에 나선다면 기금 운용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한 개인의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과유동성, 지속가능성이란 원칙을 두고 기금을 운용하는 곳이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기금운용위원회는 목표수익률과 위험한도를 설정하고 논의를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벤처기업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높은 수익을 거두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벤처 기업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본 투자 성격을 지키는 선에서 말이다.

국민연금이 운용하고 있는 기금은 국민의 노후가 걸려있는 돈이다. 정말로 ‘국민의 미래’를 중요하게 여기는 후보라면 자기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고수익 성과를 가지고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훈수를 두기 보단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내놓는 게 더 대통령 후보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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