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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개입은 하면서 대출금리 손 못 댄다는 금융당국

[NW리포트|치솟는 예대금리] 가계대출 개입은 하면서 대출금리 손 못 댄다는 금융당국

등록 2021.11.11 14:19

수정 2021.11.11 14:23

임정혁

  기자

예금·대출 금리 차이 2.02%···4년 만에 최대치가계부채 억제 총력전···대출금리 급상승 역풍홍남기·고승범·정은보는 입 모아 “개입 어렵다”2018년 윤석헌 “금리산정 불공정 감시”와 대비

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서 가계부채 억제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치솟는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엔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논란이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 6%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예금금리는 여전히 1%대에 머무르면서 이를 질타하는 여론이 빗발치는 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설상가상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에 최근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인 예대금리 차이는 2.02%까지 올라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 6조4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감소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소폭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이날 금융위원회도 ‘10월 가계대출 동향’을 내놨는데 전 금융권에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지난달 6조4000억원과 비교해 증가세가 소폭 감소했다. 2금융까지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1000억원으로 지난 7월 15조3000억원 늘어난 이후 8월 8조6000억원과 9월 7조8000억원 등 점자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부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초량 관리로 은행권이 가계대출 한도를 지키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금리를 올린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5~4.84%로 치솟았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81~5.16%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1년을 빌린다고 가정했을 때 연 3.38∼4.56%로 집계됐다. 게다가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연 0.9~1.4%로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당국이 대출 문턱을 걸어 잠그고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지나치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주변에서 온갖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여전히 주식이나 부동산 얘기가 많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런 재테크에 제주가 없어 안전하게 목돈을 모으기 위해 최근 은행 예적금을 알아봤다”며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보도를 많이 접하고 은행을 찾았다가 아직도 예금금리가 이렇게 낮다는 것을 알고는 너무한다고 생각해 계획을 접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빚투’나 ‘영끌’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최근 대출 억제 이유 중 하나인데 안전 현금 축적을 위한 자금을 오히려 갈 곳 없는 뭉칫돈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슷한 사례는 또 나왔다. 경기도 과천에 거주하는 60대 B씨는 “은퇴 후 이사를 위해 경기도 외곽에 넉 달 전 소형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당시 예상했던 주택담보 대출 금리 2%대가 잔금을 치를 때 보니 5% 가까이 책정됐다”며 “주변에서 요즘은 신용등급 좋다고 단순히 1금융만 고집할 이유가 없단 소리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가계대출 개입은 하면서 대출금리 손 못 댄다는 금융당국 기사의 사진

이처럼 시중은행의 금리가 상호금융 주택담보 대출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지난 9월 말 상호금융권 일반대출 금리는 평균 3.40%를 기록한 반면 1금융권에 속하는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5~4.65%(이달 15일까지 적용)다.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6~5.16%다. 주로 3% 중반에서 5% 초반까지 금리가 형성됐다.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호금융 금리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더 낮아지면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더 낮은 대출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지적이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여론을 체감할 수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 ‘잔금대출 이자의 터무니없는 상승을 막아주세요’ 등등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를 포함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급격한 상승이 “폭리에 가깝다”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의 소비자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6~9월) 은행권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622건으로 전 분기(573건) 대비 8.55% 증가했다. 특히 여신(대출) 관련 민원이 268건으로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는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본격적으로 높인 시기라는 점에서 당국의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권 역시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이유도 있지만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도 있다는 데엔 이견을 달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은행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금융 소비자에게 닿는 최종 대출금리는 사실상 은행이 산정하는 가산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가산금리 책정은 은행마다 영업비밀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지만 대게 ▲업무원가(인건비·물건비) ▲법적 비용(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리스크 프리미엄(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신용 프리미엄(신용등급에 따른 예상손실비용) ▲자본비용(손실에 대비한 자본 축적 기회비용) ▲목표이익률(은행 경영목표 이익률과 마진율) ▲가감 조정 금리(월급통장·신용카드 사용 감면과 지점장 전결 감면)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실에 따라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선 “기준금리가 뛸 거라고 예상돼도 대출금리가 오르고 기준금리가 뛰어오르면 그보다 더 대출금리가 빠르게 치솟는다”라는 반발이 나오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은 최근 잇달아 ‘친시장’ 행보를 하면서 대출금리에는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과 관련 “가산금리에 대해 정부가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며 “금융당국에서도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정말 불합리한 게 있으면 은행 감독 차원에서 하겠지만 금리 수준을 설정하는 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는 제약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런 발언 역시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를 목표로 시중은행들에 매달 관리 계획을 보고하고 5%대의 증가율을 맞추라고 강하게 권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 제시된다.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까지 들어가며 가계부채 억제에는 초점을 맞췄으면서 정작 풍선효과처럼 번지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수직상승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이런 현상을 주시해 과도한 가산금리를 책정하는 은행 감독을 강화하기도 한 사례가 있어 “정부나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힘들다”는 해당 정책 결정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전망이다.

2018년 6월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금감원 임원주재 회의에서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금리산정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 이를 개선해 금융소비자가 불합리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금리상승기에 취약가계나 영세기업의 신용위험이 과도하게 평가돼 불공정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은행의 금리산정체계 적정성에 대해 점검한 결과 가산금리나 목표이익률 산정이 체계적·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 확인됐다”며 “금감원이 지난 2~3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산정체계를 점검해 분석작업을 마쳤는데 문제가 될 여러 사례를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2018년 6월 21일 내놓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 자료 중 ‘모범규준에 따른 금리결정체계’ 방안. 사진=금감원 자료금감원이 2018년 6월 21일 내놓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 자료 중 ‘모범규준에 따른 금리결정체계’ 방안. 사진=금감원 자료

실제로 당시 금감원은 윤 전 금감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열흘 만에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을 내놓고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가 발생하고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중복 산정해 금리를 올렸다가 이를 수정하는 사례가 발생해 은행들의 금리 산정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2012년 11월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출금리 산정 ‘모범 규준’을 제정하고 운영했지만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순간 불합리한 대출금리 산정이 발생했다는 폭로나 마찬가지였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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