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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괄사표’ 관행 따라한 신임 금감원장

오피니언 기자수첩

[한재희의 백브리핑]‘일괄사표’ 관행 따라한 신임 금감원장

등록 2021.08.26 14:38

수정 2021.08.26 17:06

한재희

  기자

reporter
“인사는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직 안팎으로 말이 많다 보니 내부 분위기가 여전히 어수선합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임원들에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하면서 잡음이 시작됐다. 일괄 사표 제출 요구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시기상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지금까지 일괄 사표를 받았던 시기를 보면 정권교체기에 맞물려 있거나 남은 임기 동안 업무 추진을 위해 조직쇄신 차원의 정기 인사 때였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시기에도 일괄 사표 관행은 ‘구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에는 수장이 바뀌고 으레 거치는 일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명분도 힘을 잃었다. 사표 일괄 제출 관행이 수장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나 길들이기 방식의 하나로 여겨지며 바뀌어야할 관행 중 하나로 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임원의 업무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조직안정은 후순위로 밀렸단 이야기다.

조직쇄신 차원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무리가 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임원이 수장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된다면 조직 안정을 차치하고라도 인사 공정성에 대한 믿음과 업무 전문성마저 훼손하게 된다.

더욱이 사표를 요구받은 임원 가운데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임원이 있다고 알려져 모양새도 이상해졌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고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직접 임명하는데 금융위원회가 임명권을 가진 부원장이 사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정 원장이 의도한데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임원들에 일괄 사표를 받아 모두 수리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통상 2~3명의 임원을 재신임해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는 등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지만 당시 조직쇄신 차원의 인사여서(11월말) 부원장 4명과 부원장보9명 등 13명을 모두 갈아치웠다.

문제는 최 전 원장 역시 채용비리에 휘말리며 불과 6개월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일괄사표 관행이 조직 위기를 좌초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내년 3월 초 예정인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6일 취임한 정은보 원장은 현 정부의 마지막 금감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원장 임명 전까지 금감원장 자리가 최장기간 비어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시한부’라는 타이틀 때문에 적임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어렵게 자리한 만큼, 또 금감원이 어려운 시기에 자리한 만큼 정 원장은 구태에 박힌 ‘일괄 사표 요구’가 아닌 조직 안정과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하는 쪽을 택했어야 한다. 조직원들 역시 그러한 수장을 기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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