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5일 목요일

  • 서울 12℃

  • 인천 11℃

  • 백령 12℃

  • 춘천 14℃

  • 강릉 20℃

  • 청주 13℃

  • 수원 11℃

  • 안동 16℃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4℃

  • 전주 16℃

  • 광주 16℃

  • 목포 15℃

  • 여수 17℃

  • 대구 18℃

  • 울산 19℃

  • 창원 18℃

  • 부산 20℃

  • 제주 18℃

오피니언 국회도 ‘머지포인트 사태’서 자유롭지 않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차재서의 뱅크업]국회도 ‘머지포인트 사태’서 자유롭지 않다

등록 2021.08.25 15:33

차재서

  기자

reporter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이 ‘머지포인트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재작년은 ‘채용비리’, 작년은 ‘사모펀드’였고 올해는 ‘머지포인트’로 국정감사에서 얼굴 좀 붉히겠구나.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보면서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질타하면, 당국은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도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논한다. 그럼 의원은 답변이 무성의하다며 언성을 높이고는 앞으로 지켜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당국은 국회의 ‘고견’을 깊이 새기겠다며 최대한 자세를 낮춰 상황을 모면한다. 제한 시간으로 발언자의 마이크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회의가 이어지는 몇 시간 동안 고성이 오가도 정작 남는 것은 없다.

5년째 정무위 회의를 시청하고 있지만, 새 얼굴로 채워져도 이 진부한 레퍼토리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들이 매년 주고받는 대화 속 핵심 키워드만 ‘채용비리’에서 ‘사모펀드’ 그리고 ‘머지포인트’로 바꾸면 대체로 같은 장면이 만들어진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으로서 금융현안에 관심을 갖고 정부의 실책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익숙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린 것은 ‘머지포인트 사태’를 놓고 과연 국회가 당국의 잘못을 따져 물을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에서다.

머지포인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전국 2만개 가맹점에서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자화폐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2019년 1월 서비스를 론칭한 뒤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의 화폐를 발행하며 크게 성장했으나 최근 돌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환불 대란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금융업에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한 점을 지적받으면서다.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일각에선 이를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폰지 사기’로 본다.

당연히 일차적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 말 그대로 ‘금융’ 문제이고, 아무리 머지플러스가 미등록 업체라고 해도 시장을 감시하는 당국이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금법이 개정되지 않아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해명은 피했어야 했다. 무책임하고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국회가 지나치게 당당한 것은 아닌가 싶다. 돌아보면 분명 이들에게도 사고 예방에 일조할 기회는 있었다. 바로 전금법 개정 논의를 통해서다.

윤관석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0월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움직임에 따라 소비자보호 강화를 목표로 마련된 법안이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대금결제업자 후불결제업무(소액) 허용, 빅테크 관리감독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정무위는 이를 법안소위원회에 계류시켜놓고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현안이 많았던 탓이겠지만, 개정을 불편해하는 기존 금융사와 한국은행의 입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개정안은 국회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아니었다면 다시 언급조차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해마다 국감을 앞두고 펴내는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전금법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런 만큼 이번 사안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쪽은 국회라고 직언하겠다.

물론 법안을 반드시 처리했어야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전금법 개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어서다. 일례로 이용우 의원은 법안에 업체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사전에 소비자보호를 담보할 만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전금법상 규제는 등록 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머지플러스와 같은 미등록 업체를 관리하긴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국회가 이제야 법안의 허점을 들춰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법안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공론화하기만 했어도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업체는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란 얘기다.

늦었지만 국회가 전금법을 포함해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한 이해관계자의 건설적인 논의를 주도하길 기대한다. 지금부터라도 법안을 충실히 검토해 보완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해도 법안을 발의하고 최종 검토하는 게 국회의 역할 아닌가. 대안도 없이 정부만 다그치면 국민이 통쾌해할 것이란 사고에서 벗어나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길 바란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