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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현민과 ㈜한진, 택배회사의 신박한 변신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세정의 산업쑥덕]조현민과 ㈜한진, 택배회사의 신박한 변신

등록 2021.08.04 07:00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결정된 지난해 11월 인수 자금 지원을 약속한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계열주 일가의 한진칼과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경영배제’한다는 내용입니다.

산은이 한진그룹 경영 감시자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오너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한진칼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이던 조현민 부사장은 겸직하던 물류 계열사 ㈜한진에 안착했습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마케팅 총괄뿐 아니라 미래성장전략까지 책임지는 중책을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한진 공동 대표이사인 류경표, 노삼섬 부사장과 동일한 직급이라는 점에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외부 반발도 있었습니다. 2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는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으로 조 부사장을 압박을 해왔습니다. 이사회 진입을 노린 HYK파트너스는 “조 부사장의 경영참여는 가족 경영을 답습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HYK는 주총 표결에서 완패하며 기운이 빠진 모습입니다.

과거 일련의 사건으로 조 부사장을 향한 내부 우려가 있었습니다. 조 부사장이 ㈜한진에서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창출(CSV)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효과는 놀랍습니다. ㈜한진이 농협, 함안군과 함께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전개해 온 ‘함안수박 마케팅’은 백화점 입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연장선상으로 ㈜한진은 수산물 직거래 스타트업 ‘공유어장’과 함께 수산물 배송 플랫폼 구축에 나서며 동반성장을 꿰하고 있습니다.

조 부사장이 선보이는 신사업에 특히 눈길이 갑니다. ㈜한진은 택배차량을 활용한 거리뷰 촬영과 도로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행 관련 렌탈상품을 숙소에서 배송 받고, 반납할 수 있는 ‘간편여행’ 서비스를 론칭했고, 카카오 T맵을 활용한 택배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특히 택배업계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신사업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주력인 택배사업 매출과 수익이 높아진다는 점은 신사업 도전 부담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택배사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자체 배송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악재입니다.

조 부사장의 광폭 행보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딱딱한 기업 이미지를 깨고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은 덤입니다.

국내 광고업계를 바닥부터 거쳐온 조 부사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습니다. 실제 아이디어 회의에서 조 부사장이 내놓는 비상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혀를 내두르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조 부사장이 핵심 계열사인 항공사를 벗어나 ㈜한진에 뿌리내린 것은 ‘타의’에 의해서입니다. 하지만 ㈜한진은 그룹의 모태사업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룹 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조 부사장과 택배사업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을 기대해 봅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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