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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저가 쏘아 올린 ‘셧다운제’, 공은 정치권으로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수민의 포스트IT]유저가 쏘아 올린 ‘셧다운제’, 공은 정치권으로

등록 2021.07.15 09:54

김수민

  기자


학창시절 공부를 못해도, 피곤해도, 심지어는 몸이 아파도 “게임을 해서 그렇다”라는 핀잔을 자주 듣곤 했다. 사회적으로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던 시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에서는 리니지, 와우 등 게임으로 인한 ‘모방범죄’와 게임으로 인한 집중력 장애, 중독성 등 악영향에 대해서만 다뤘다.

국내 게임산업은 성장성이나 성숙도에 비례해 관련 법안과 문화는 뒤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두에 언급했던 사례처럼 이미 일부 기성세대 혹은 보수적인 세대 사이에서 게임에 질병, 폭력, 선정성 등 프레임이 씌워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반증하는 법, 시대적 흐름에서 나온 악법이 바로 게임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법이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11월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른 파급력은 강했다.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세계 3대 콘솔 네트워크 라이브 시스템이 한국에서 성인 전용 서비스로 전환했다. ‘유독’ 한국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버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용 게임의 대명사인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으로 취급되면서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를 인수해 XBOX 라이브에 편입시키면서, 마인크래프트가 12월부터 성인 전용 서비스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상에서 건축, 사냥, 농사, 채집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블록게임이다. 이미 글로벌 각국에서 청소년 코딩 등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트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마인크래프트가 글로벌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성인용 게임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우마공(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카페를 중심으로 게이머들이 반발하며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고, 결국 정치권에서의 논의로 이어졌다.

당초 여가부의 논리는 “게임을 하면 청소년들이 수면 장애(부족)를 일으킨다. 고로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을 금지해야 한다”이다. 현 시점에서 보면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이용을 막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 자체에서도 한참 동떨어진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또 게임 자체가 아동·청소년의 수면을 방해한다는 논리조차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 청소년 정책연구원에서 2019년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수면 부족의 이유로는 ‘공부’가 가장 비중이 높았다. 게임은 고작 5위에 그쳤다. 이밖에도 많은 연구에서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지적해왔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셧다운제가 시행 초기를 제외하면 관심에 밀려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콘솔 게임의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이미 성인이 된 세대의 입장에서 셧다운제가 갖는 의미는 크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다시 한번 셧다운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게이머들의 반발로 도마에 오른 셧다운제. 잘못된 법안은 폐지되고 수정돼야 한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지금부터라도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개선책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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