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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 KDB인베스트먼트, 존재감은 높였지만···

‘대우건설 매각’ KDB인베스트먼트, 존재감은 높였지만···

등록 2021.07.07 07:49

차재서

  기자

2년 만에 ‘대우건설 새 주인’ 찾았지만 ‘인수가 조정’ 아마추어적 일처리 눈총 실무자 5명···부족한 인력에 곳곳 빈틈“전문가 영입 등 근본적 변화 필요해”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제공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제공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중흥건설을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낙점하며 첫 번째 목표점을 향한 행보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기업 경영정상화부터 매각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독자적으로 이끌면서 모처럼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다만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는 미숙함을 보였고, 대우건설 이외의 부분에선 그 성과가 미미해 KDBI가 구조조정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온다.

◇2년 만에 대우건설 매각 눈앞=KDBI는 지난 5일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대우건설을 책임진 지 2년 만이다.

이대현 KDBI 대표는 “매각대금과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중흥건설과 협의해 거래를 온전히 매듭짓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입찰 결과는 KDBI엔 그 의미가 크다. 처음으로 받은 과제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어서다. 2019년 산업은행은 이 회사의 출범과 동시에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 지분을 넘기며 매각 작업을 맡겼다. 이에 KDBI는 지난 2년간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고 입찰까지 끝내며 매각 성사를 앞두게 됐다.

KDBI는 구조조정 기업의 관리와 운영, 매각 등을 전담하는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8년부터 약 1년의 구상을 거쳐 2019년 7월 이 회사를 정식으로 설립한 바 있다. 은행의 구조조정 기능을 덜어내 혁신성장 지원 여력을 확보하고,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실현한다는 취지였다.

매각 작업을 일임한 이동걸 회장도 이들의 성과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잠재부실도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식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회사의 투명성·신뢰성 회복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대우건설과 KDBI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정성 시비’에 씁쓸한 뒷맛=물론 모든 게 성공적이진 않았다.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핀 KDBI의 아마추어적 일처리가 도마에 오른 탓이다.

KDBI가 인수희망 가격을 고치도록 한 게 화근이었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진행했음에도 약 일주일 뒤인 7월2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수정 인수가격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논란이 일었다.

당초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 DS네트웍스는 1조8000억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격차가 5000억원에 이르자 중흥건설은 가격을 2조1000억원으로 조정하겠다고 요청했고, 결국 KDBI는 양사 모두에 투자 제안서를 수정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KDBI 측은 원매자의 조건 수정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며, 여기엔 ‘비가격 조건’도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특정 업체를 밀어준 게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간 의견을 조율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회사 측은 건설업 특성상 시기가 좋고 희망자가 등장했을 때 대우건설을 팔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입찰 후 가격을 다시 받은 흔치 않은 케이스에 외부에선 졸속 매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KDBI가 스스로 가격을 깎으면서까지 인수자를 붙잡아 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시선도 있다. 인수의향서 접수와 예비입찰, 예비실사, 본입찰 순으로 이뤄지는 통상적 M&A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본입찰로 넘어간 게 문제였다는 얘기다.

◇인프라 부족 그리고 조급함이 빚은 촌극=일각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KDBI의 인프라와 실적에 대한 조바심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문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려다보니 실책을 범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DBI 임직원 수는 14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구조조정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5명 남짓이다. 매각주관사 등 외부의 손을 빌린다고 해도 복잡한 구조조정 작업을 빈틈없이 추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렇다보니 KDBI는 출범 후 약 2년을 보냈음에도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참여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승리가 유일한 성과다. 이어진 한진중공업 인수전에선 고배를 마셨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외에 출자회사를 추가로 KDBI에 넘기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감안해 구조조정 자회사 이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KDBI가 구조조정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숙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일한 임무인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회사의 정체성이 흐릿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졸속 매각 논란은 KDBI의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KDBI로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덩치를 키우는 등의 근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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