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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우건설 삼킨 정창선 회장의 과제 ‘산더미’

부동산 건설사

대우건설 삼킨 정창선 회장의 과제 ‘산더미’

등록 2021.07.06 16:59

수정 2021.07.08 17:06

김소윤

  기자

중흥 품에 안착할까, 인수 성사되도 적잖은 진통 겪을 듯금호와도 시너지 없었는데, 내부선 “중흥과도 있을리가”①기존 대우건설 인력 유출부터 노조 소송, 조직장악 문제②‘중흥 푸르지오’ 브랜드명도 합병? 강남선 벌써 대우 거부③주택사업 위주로만 했던 중흥인데 대우의 토목·플랜트는

대우건설 삼킨 정창선 회장의 과제 ‘산더미’ 기사의 사진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10대 건설사 진입이라는 목표가 대우건설을 삼킴으로써 현실화가 됐다.

대우건설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난 5일 중흥건설(중흥그룹)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국내 건설사 및 재계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단숨에 국내 톱3(시공능력평가 기준) 건설사로 자리매김한다. 앞서 작년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흥그룹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15위, 35위를 기록했다. 현재 중흥토건 평가액은 2조1955억원이고 중흥건설 평가액은 1조2709억원인데 여기에 건설사 6위인 대우건설 평가액 8조4132억원을 합하면 총액 11조8796억원 규모 ‘초대형 건설사’가 탄생한다. 삼성물산(20조8461억원),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뒤이어 단숨에 3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6일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푸르지오를 국내 1등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그간 중흥그룹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서울 정비시장 진출을 최대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 반발은 여전하다. 결국에는 중흥그룹만 시너지를 가져가는 셈이다. 과거 대기업 계열사인 금호건설로 인수됐을 때도 대우건설이 가져간 시너지는 없었는데 중흥건설 역시 마찬가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 노조 주장에 따르면 “금호는 대우건설 우량자산 빼먹은 빨대였다”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만 해도 대우건설은 현금과 부동산 등 기업자산이 풍부했으나 이후 2년6개월 동안 그룹은 대우빌딩 매각, 유상감자, 고배당 등을 실시해 대우건설의 자산과 영업이익을 흔적조차 없이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재계에서도 지금의 대우건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금호그룹 전체로서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그룹 내 건설부문 만큼은 대우건설의 ‘간판 덕’을 봤다는 평가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대우건설 직원들은 과거 금호와의 트라우마 때문에 중흥그룹과의 인수되는 것에 대해 이미 심한 반발감을 드러내고 있다.

즉 정창선 회장의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직력 장악, 브랜드명 통합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공정성 논란과 노조의 반발 등의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조직 장악에 있어 쩔쩔맸다는 일화는 건설업계 내에서 유명하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린 기간 동안 금호에서 대우건설로 파견한 인력은 5명도 채 되지 않았고, 버틴 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금호그룹은 대안책으로 대우건설 내 일부 인력들을 승진시키며 그들의 마음을 사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우맨들은 이렇듯 자존심으로 똘똘 뭉치며 금호그룹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중흥그룹과의 인수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미 여기저기서 이직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창피해서 회사에 못 다니겠다”라며 “실제 회사 내 몇몇 동료 직원들도 이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내부에선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이 늘었다”라고 귀띔했다.

대우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와 달리 중흥건설은 여전히 지역 기반 건설사라는 이미지에 머무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S 클래스’ 역시 인지도가 낮아 일각에선 중흥건설의 인수가 시너지가 아닌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을 것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국내 대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푸르지오’의 브랜드 이미지와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주택 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재개발·재건축 등의 도시정비사업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수주 영업은 물론 현재 시공사로 선정된 지역의 이탈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서울 내에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조합 측에서는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시공사를 변경하겠다는 공문까지 발송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 강남 일대 등 서울 부촌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대우건설 브랜드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대우건설은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주요 지역인 서초, 용산, 대치, 반포 등에 위치한 재건축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써밋’을 앞세워 좋은 실적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도 서울에서만 흑석11구역과 상계2구역 재개발 사업과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고, 도시정비사업에서만 전국 기준 수주액 1조7372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중흥그룹과의 인수 후에도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감이 벌써부터 흘러 나온다.

일단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과의 브랜드를 별도 운영할 예정으로, 기존 ‘S클래스’ 아파트 브랜드명을 푸르지오로 변경할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분양가에서부터 시공법 등이 모두 다른데다 푸르지오 입주민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탓에 브랜드 변경은 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과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장 주택건설 분야에 특화된 중흥건설이 토목·플랜트·해외 등 사업 영역이 훨씬 넓은 대우건설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다.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정 회장은 그동안 주택사업에 특화돼 있던 사업 영역을 대우건설의 도움으로 토목·플랜트 등으로 확대하거나 해외사업에 진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흥건설이 현재까지도 토목·플랜트 사업에 대한 방향이나 어떤 특별한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은 토목·플랜트 사업 부문이 축소될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흥건설이 국내 주택건축에 주력하고 있고 토목·플랜트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인수자금 회수를 위해 수익성 높은 주택건축 부문을 확대하고 나머지 부문을 축소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도 지난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토목·플랜트 사업 부문 임직원들의 매각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라며 “인수하게 되는 기업이 인수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텐데, 지금 업황이 좋지 않은 토목과 플랜트 사업 부문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미 대우건설의 토목·플랜트 임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토목사업 부문 임직원 수는 2019년말 1014명에서 작년 말 1012명, 올해 1분기말 989명으로 줄었다. 플랜트 부문도 2019년말 1166명에서 지난해말 1069명, 올해 1분기말 990명으로 축소됐다.

이례적인 ‘재입찰’에 특혜·배임 논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이번 매각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마감한 뒤 이달 2일 다시 재입찰을 진행한 것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KDBI가 3년 전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 사태를 우려해 인수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덜 받게 된 셈이어서 배임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즉 이번 대우건설 매각은 다소 급작스럽게 진행됐고, 매각 진행 과정도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현재로썬 KDBI의 과오가 더 커 보이지만 정 회장 역시 대우건설 노조 등 다수 직원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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