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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업 반성’ 없는 ‘과징금 폭탄’, 능사일까

오피니언 기자수첩

[변상이의 세종진담]‘기업 반성’ 없는 ‘과징금 폭탄’, 능사일까

등록 2021.06.10 11:17

변상이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 365일 기업들의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을의 하소연’을 듣는다. 그리고 적발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자진시정’ 요청부터 ‘과징금’ 부과, 나아가 ‘검찰 고발’까지 강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경제 검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공정위에게 우선 박수를 보낸다.

매년 공정위가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과징금 강도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집단국에서 기업에 물린 과징금은 14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과징금인 45억 3300만 원 대비 3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과거 논란이 됐던 ‘솜방망이 처벌’ 지적에서는 자유로워 보인다.

그간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들은 과징금을 내더라도 우선 ‘저지르고 보자’ 식의 불공정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건설사들의 담합, 기업의 하도급 불공정거래 등 일명 ‘갑질’ 행위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과도한 과징금을 물려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교묘하고 복잡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징금 부과 건수와 더불어 벌금 액수도 커졌다는 것도 불공정거래 행위 ‘수위’가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부당 기업들을 향한 공정위의 과징금 제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징금은 부당 행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장치는 아니다. 또 기업이 내는 과징금은 국고로 환수돼 피해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구제 재화로 활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도 무조건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진시정함으로써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자진시정 자체가 제재의 효과를 가지진 못하지만 실질적인 업체들 구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공정위의 기회를 되레 악용한다. 자진시정에서 해결됐다면 과징금 처분까지 갈 이유도 없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과징금을 납부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강행해 공정위 결정에 불복을 표한다. 간혹 대법원에서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생겨 공정위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상황도 적지 않다. 결국 그냥 ‘벌금’을 내거나, 소송을 걸어 스스로 ‘면죄부’ 기회를 노리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다.

이제 이쯤 되면 최소 몇 천만 원 최대 몇백억 원의 과징금이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기업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업체(혹은 소비자)를 향한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정위도 ‘최대 과징금’ 부과로 기업의 부당행위를 알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불공정 사태를 막을 근본적 제도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공정위가 과징금 때린다고 수십 년간 행해져 온 관행이 없어지겠어요. 그까짓 거 벌금 내고 이익 챙기는 게 훨씬 이득이죠. 뭐 안 걸리면 운 좋은 거고.”

기업들은 더 이상 공정위의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잘못의 대가를 ‘돈’으로만 치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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