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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회의원들의 의사 눈치보기

오피니언 기자수첩

[임대현의 국회대숲]국회의원들의 의사 눈치보기

등록 2021.05.20 11:08

임대현

  기자



국회의원들은 입버릇처럼 “오로지 국민만 보겠다”고 말한다. 국민 눈치를 보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이 많다면 국회에서 필요한 법안이 빠르게 통과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간혹 확인한다.

최근 국회에선 국민 여론은 찬성하는 법안이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막히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들 법안은 의사가 반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수술실 CCTV 설치, 공공의대 설치, 의대 정원 확대 등이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논의는 12년째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됐지만, 의사가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여전히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핀테크와 데이터 산업을 발전시켜 4차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정치권의 목표와 동떨어진 현실이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소비자인 국민과 보험사는 전산화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단체의 여론조사에서 실손 가입자의 47%가 30만원 이하 소액 진료비의 경우, 불편해서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어째서 의사가 반대할까 싶다. 그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의료기관에 과도한 의무 부과’라던가, ‘의료정보 유출 우려’를 제시한다. 하지만 속뜻을 추측해보면 전산화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눈감아주기 위해 국민들이 불편을 보는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사 눈치를 보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인데, 이 상황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논의 단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사례도 비슷하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찬성을 보이는 수치지만, 국회는 쉽게 법안을 통과시키기 못했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에선 수술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함을 문제 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술실에서 성희롱을 당하거나 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를 당하고도 증거가 부족해 법적대응을 하기 힘들다는 호소 글이 자주 등장한다.

역시 이 법안도 의사의 반대가 한몫한다. 의사들은 ‘CCTV가 설치되면 진료행위가 위축돼 환자에게 악영향을 준다’던가,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의사 눈치를 보는 국회에 분통을 터트리는 쪽은 국민만이 아니다. 같은 정치권에 속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CCTV 설치법이 통과되지 않자,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난 2월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사실상 무산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면서 “주권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매년 지방 지역과 대학들의 숙원사업인 의대 정원확대에 대해서도 여론조사에선 국민 80%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방에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유출이 계속되고 있고, 대학 역시 신입생 모집 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의대 유치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사업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인 부족 현상을 지적하며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공약했다. 하지만 매번 의사의 반대로 막혔던 일이 선거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의사들은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밥그릇 사수에 나서면서 저항했고, 국회가 손을 들어야 했다.

이처럼 의원들은 절대다수인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민에게 부여 받은 입법권이 국민 여론과 반대되는 제도를 위해 쓰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의원들이 국민 여론에 맞는 의정활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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