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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상자산 규제, CBDC 발행 전조일까

오피니언 기자수첩

[주동일의 갓 아이티]가상자산 규제, CBDC 발행 전조일까

등록 2021.04.29 14:29

주동일

  기자

중국·러시아·인도·터키 등 CBDC 앞두고 가상자산 규제금융위원장 발언 후 한국은행 CBDC 테스트 계획 발표CBDC 필요성 인정하지만 무책임한 규제 정당화 어려워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대해 “보호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 예를 들어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보호해야 할 대상인가”라며 회의적으로 답했다.

이에 가상자산 투자 시장의 투기 성향이 짙다는 우려와 투자자들의 반발로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업계에선 은 위원장의 입장이 CBDC 발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CBDC란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 즉 디지털 법정화폐를 말한다.

거래 금지 등 강력한 가상자산 규제는 CBDC 발행의 전 단계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다. 공격적으로 CBDC 발행을 준비 중인 중국은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2017년엔 가상자산 거래소 영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디지털 위안(DCEP)의 활성화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3년 디지털 루블 도입을 목표로 내년 1분기부터 CBDC 사용 실험 들어가는 러시아 역시 지난해 중순부터 가상자산 결제를 금지했다. 이후에도 재무부는 가상자산 거래 금지를 주장하며 올해 1월 공무원의 가상자산 보유를 금지했다. 러시아 공무원들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4월 1일까지 모두 처분한 상태다.

이 외에도 터키·인도 등이 CBDC 도입을 목표로 가상자산을 금지하거나 관련 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국내 CBDC 테스트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까닭이다.

실제로 은 위원장이 발언한 다음 날인 23일,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이더리움 기반 기술 개발사 컨센시스와 CBDC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라운드X는 지난해부터 한국은행과 CBDC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28일엔 한국은행이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CBDC 모의실험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CBDC 발행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화폐 주권을 위해 CBDC 발행·테스트를 위해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정책 기조를 비판하긴 어렵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발행하는 가상자산 디엠(구 리브라)의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CBDC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가상자산 투자 시장이 어느 정도 투기 성향을 띄고, 이로 인해 위험성을 지닌 것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허술함을 넘어 무책임에 가까운 가상자산 규제 방식은 CBDC로 정당화할 수 없다. 2018년 가상자산 광풍을 거치고도 가상자산 지갑 수가 역대 최대에 달한 지금에 와서 투자자 보호에 의문이 든다는 발언이나, 가상자산 사업을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실명계좌의 발급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않고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한 거래소가 없다’는 지적은 투자자와 가상자산 업계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고사(枯死)하길 기다리면서 책임을 전가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가상자산은 명과 암이 뚜렷하다. 투기라는 위험성이 있지만, 금전적 이익을 통해 이용자들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한다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전자 결제 생태계의 지형도를 빠르게 그리고, 국민들의 디지털 결제 적응도를 높일 수 있다. 투기 성향을 낮추면서 이용을 권장할 경우 오히려 가상자산 활성화가 CBDC 보급을 앞당기는 셈이다. 투자자 보호를 목표로 합리적이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규제가 등장하길 바라는 까닭이다.

뉴스웨이 주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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