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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행 한 달’ 금소법···팔짱 낀 당국 “괜찮다” vs 진땀 뺀 현장 “대혼란”

금융 은행

‘시행 한 달’ 금소법···팔짱 낀 당국 “괜찮다” vs 진땀 뺀 현장 “대혼란”

등록 2021.04.27 07:01

정백현

  기자

법 시행 후 1개월···당국-현장 상황 평가 온도 차이 커당국 “금융사 노력 알고 있다···비대면 서비스도 재개”현장 “피로도 극심···가이드라인도 없는 법 시행 무리”

사진=우리은행 제공사진=우리은행 제공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금융 시장 내 질서 구축을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지난 3월 25일부터 법이 시행된 후 1개월이 지났으나 시장 상황을 바라보는 당국과 현장의 온도 차이는 현격하다.

금융당국은 한 달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소비자 보호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반면 현장은 “아직도 모르는 것과 적응해야 할 일이 쌓였는데 누구의 시각에서 이 상황이 긍정적인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소법은 지난해 3월 24일 공포된 후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3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법 시행 초기에는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상품 약관 등에 대한 설명이 길어져서 고객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고객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가 제한되면서 금융회사와 고객 모두가 큰 혼란을 겪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한 달간 시장과 금융 소비자가 겪은 그동안의 혼란을 깊이 알고 있다”면서 “업권별 CEO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애로를 경청하고 금융회사의 애로를 신속 처리하는 정책 체계를 만들면서 다각적인 법 시행 효과 창출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국은 지난 한 달간 부지런히 뛰면서 금소법의 안착을 도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은행, 증권, 보험, 여신금융,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 등 금융권 모든 업권의 CEO들과 잇달아 만나 법 시행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고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금융당국은 각 업권별 협회와 금소법 관련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지난 3월 31일부터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 처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당국은 시스템 운영 결과 법 시행 초기 우려됐던 설명 의무 이행이나 투자 성향 평가 등에 대한 애로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울러 법 시행 직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 중단됐던 주요 은행들의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점차 재개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도 금소법의 시행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의 이와 같은 평가를 현장에서도 공감하고 있을까. 현장의 반응은 절반이었다.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고 평가한 이들도 있는 반면 여전히 갈 길이 먼데 정부만 홀로 금소법 시행 1개월 만에 모든 것이 달라진 것처럼 생각한다며 불만을 호소한 이들도 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금소법 관련 내용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품 설명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에 대해 많은 고객이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A은행의 한 창구 직원 B씨는 “설명 시간도 길어지고 종이 서류의 양도 늘어난 것은 다소 불편하지만 불완전 판매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지금 잠시 불편을 느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위법 계약 해지권 행사 기간이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짧은 문제는 여전한 문제로 지적되고 창구에서 설명 과정을 녹취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도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C은행의 한 창구 직원 D씨는 금소법 시행 후 상황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상품 가입과 상담을 권장하면 연세가 많은 고객들은 “내가 그걸 어떻게 하느냐”며 창구에서 따지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금소법 시행 이후 소비자 관련 민원이 적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장의 피로도는 더욱 심해졌다”면서 “기존 관행을 깨야 하는 문제도 공감하지만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좋은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은행의 본부 직원 F씨는 당국이 말로만 협업을 외친다고 지적했다. F씨는 “당국이 법 시행 초반에 ‘고객이 모르는 점이나 알아야 할 점을 금융회사 스스로 안내자료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만든 정부가 세부적인 시행 지침을 미리 만들어두지도 않고 시행부터 하면 당연히 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제 와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때까지 금융권이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G은행의 본부 직원 H씨는 “금융 상품 판매 과정에서 겪는 불편이 크다 보니 아예 고객들이 상품 가입을 꺼리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손실을 보전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에 고통 감내를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과 각 업권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투자 성향 평가나 설명 의무 이행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면서 “추가적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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