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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戰 막전막후···돈보다 ‘안정 전략’ 덕에 대어 품었다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戰 막전막후···돈보다 ‘안정 전략’ 덕에 대어 품었다

등록 2020.04.13 10:23

수정 2020.04.13 16:41

정백현

  기자

본입찰 사모펀드 3곳보다 낮은 가격 제시통상적 M&A라면 인수 가능성 적었지만‘고용 안정’ 원했던 美 대주주가 KB 선택사모펀드 인수 전·후 복잡한 여건도 한몫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로비. 사진=뉴스웨이DB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로비. 사진=뉴스웨이DB

KB금융지주가 지난 10일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인수한 가운데 KB금융이 경쟁자들보다 오히려 싼 값에 푸르덴셜생명를 인수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적은 금액을 써낸 대신 향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제시한 KB금융 측 전략이 푸르덴셜생명의 옛 대주주인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측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따낸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지난 10일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로부터 푸르덴셜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됨에 따라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지분을 품는 조건으로 내는 돈은 기초 매매대금 2조2650억원 등 총 2조3400억원이다.

KB금융 측은 “KB손보와 KB증권 인수 경험을 가진 M&A 딜 팀은 물론 KB생명과 KB손해보험의 전문가, 외부 계리자문사와 함께 공동 작업을 통해 최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보수적 시각에서 푸르덴셜생명의 가치를 세밀하게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최소 지분 가치가 2조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이 우수한 회사로 알려져 있던 만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될 회사에는 유·무형적 효과가 크게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는 KB금융과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 에쿼티, MBK파트너스 등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인수 경쟁에서 우세 국면을 점유하면서도 사모펀드 운용사가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도 크다는 예측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미 여러 보험사 인수전에서 사모펀드 운용사가 승리한 전례가 많았다는 점이 후자 예측에 힘을 실었다.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戰 막전막후···돈보다 ‘안정 전략’ 덕에 대어 품었다 기사의 사진

실제 입찰 결과에서도 KB금융보다 인수대금을 더 비싸게 써낸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전의 승자는 KB금융이었다.

IB업계와 이번 거래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B금융은 경쟁자인 사모펀드 운용사들보다 약 1000억원 정도 낮은 금액을 입찰제안서에 써냈다. 적은 금액을 써낸 대신 거래 종료의 확실성과 장기적 성장 전략이 탄탄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통상적 M&A 사례를 따져보면 KB금융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자금 경쟁에서 KB금융이 확실히 밀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푸르덴셜생명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실천할 가능성이 확실히 컸기 때문이다.

매각자로서는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쪽에 회사를 넘기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 미국 본사인 푸르덴셜파이낸셜은 달랐다. 단순히 지분 가치만 따지기보다 푸르덴셜생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함께 생각했다.

푸르덴셜파이낸셜 측은 그동안 사모펀드 운용사로 경영권이 넘어갔던 국내 여러 기업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로 매각된 기업 중 다수는 고용 문제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고용 안정보다 회사의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한 운용사 측 철학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인적 영업 네트워크가 중요한 만큼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해 회사 경영에 나선다면 자칫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또 사모펀드 운용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과정과 그 이후도 걱정거리였다. 사모펀드가 금융회사를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고 자칫 이 과정이 길어지거나 중도에 걸림돌이 발견된다면 M&A 거래 자체가 꼬일 수 있다.

더구나 보험사가 새 주인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사모펀드 운용사의 특성상 3~5년 뒤에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KB금융이 인수한다면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필요치 않고 향후 재매각에 나설 일도 없기에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손해보험사와 증권사 인수 경험이 있고 현재 생명보험사를 경영하는 KB금융 측에 푸르덴셜생명을 넘기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해졌다. 특히 기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영업 특성이 다르기에 구조조정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KB금융 적격론’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KB금융 측이 써낸 가격은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다소 적었다. KB금융이 보수적 시각으로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가치를 판단했기에 당연히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적은 금액을 써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B금융은 애초에 쓴 금액을 바꾸지 않았다.

KB금융 입장에서는 더 비싼 금액을 써낼 수도 있었다. 이미 축적한 자금도 충분하고 향후 자금 조달 계획도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판단한 보수적 지분가치를 그대로 지키되 안정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꾀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강조한 덕분에 대어를 품을 수 있었다.

KB금융은 인수 결정 발표 과정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으며 푸르덴셜생명 임직원들의 역량을 존중해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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