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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는 건설 오너들의 공공의 적?

KCGI는 건설 오너들의 공공의 적?

등록 2019.10.21 10:13

김성배

  기자

2015년 요진건설 겨냥한 후 또 다시 등장대림코퍼 2대주주 등극 이해욱 회장 압박HDC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서 한판반도건설 한진칼서 대면···승계 등 사정권

KCGI는 건설 오너들의 공공의 적? 기사의 사진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가 건설업계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LK파트너스가 요진건설산업 승계와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이후 올해 다시 대형·중견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출몰해서다.

대림그룹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스나이퍼 모드로 들어가는가 하면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그룹(HDC현대산업개발)과 한판 승부를,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선 대표 중견건설 반도건설과도 마주하고 있어서다.

KCGI가 기업 지배구조개선은 물론 기업경영 승계 기업도 표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승계 이슈가 있는 건설사들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 3위 대림산업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KCGI는 지난 9월 27일 ‘통일과 나눔’ 재단으로부터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5%를 취득해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52.3%)에 이어 2대 주주 지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KCGI의 지분 인수 자금이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림산업 측은 통일과나눔재단 지분이 매각됐지만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욱 회장을 비롯해 대림문화재단, 대림학원 등 오너 일가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2.3%를 확보한 때문.

그러나 업계 시각은 다르다. KCGI가 단숨에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에 올라선 만큼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주주총회 주요 결의 사안에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나 배당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에 대한 이해욱 회장 등 최대 주주 지배력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KCGI가 모를리 없는 상황. 대림산업은 최대 주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이 21.67%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69%로 절반을 넘는다. 국민연금 지분율도 12.2%에 달한다.

KCGI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은 수주 사업으로 경기 부침이 심한 데다 낮은 배당성향과 수익률로 주주이익환원 역시 소홀히 하는 등 지배구조 관련 이슈도 존재한다. 그룹 내에 잔존하는 경영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림그룹이 대림코퍼레이션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등 다른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KCGI와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건설외 사업 확장에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인수 자금이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DC컨소시엄의 최대 장점이 ‘실탄’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순자본비율(NCR)은 2046%(상반기 말 기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조1773억원으로 총알을 두둑하게 장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면세점 사업 등과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KCGI가 복병이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한 KCGI는 홍콩계 펀드인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최대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커스트릿은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자금동원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부 대표는 뱅커스트릿과 함께 예비입찰 때 펀드에 참여할 한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국내외 출자자(LP)의 의향서(LOI)를 다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최근 "당분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력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선 KCGI가 SI나 FI로 대림그룹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아시아나항공 정몽규 회장의 항공업계로의 외연확장 플랜이 KCGI에 의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중견건설사인 건설업계 13위 반도건설도 KCGI와 마주서고 있다. 권홍사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반도그룹이 최근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자회사를 통해 한진칼 4대 주주(5.06%)로 올라선 가운데 이미 KCGI가 2대주주(15.98%)로 올라서 있는 상황이라서다.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한진그룹측과 지분 대결에 나사고 있다. 한진그룹 백기사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10%)의 등장으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였으나, 반도건설이라는 4대주주 등장과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전 등이 새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

반도건설은 단순투자일 뿐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KCGI가 반도건설을 우군으로 끌어들인다면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경우 이들이 합친 지분율은 21.04%로,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 지분(17.84%)보다 많아진다.

한진칼과 델타항공이 가진 지분(38.93%)보다는 적지만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측의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란 관측.

KCGI와 반도건설간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KCGI가 기업지배구조와 함께 기업경영 승계 펀드라는 점에서 권홍사 회장과 그의 장남인 권재현 상무(반도개발)간 2세 승계에도 상속세 문제 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반도그룹 지주사 반도홀딩스는 주력 계열사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는데,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홍사 회장이 69.61%, 장남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가 30.06%를 갖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권 상무가 권 회장의 반도홀딩스 지분 69.61%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KCGI가 승계를 돕는 조건으로 반도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KCGI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KCGI의 전신인 LK파트너스는 2015년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요진건설산업 2대 주주 지분 4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2017년 지분을 1대 주주에게 되팔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완성하고 1000억 원 이상 차익을 얻은 사례가 있다. 언제든지 승계 이슈가 있는 중대형 건설그룹들의 오너 저격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에도 가업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여전히 존재한다. KCGI가 다시 업계에 나타난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무조건 공공의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영 투명성이나 승계, 지배구조 개편에서 윈윈할 수 있는 준비자세도 필요할 수 있다. KCGI측도 업계의 발전을 같이 고민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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