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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취임 20주년···결단의 순간들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취임 20주년···결단의 순간들

등록 2019.03.08 17:41

이세정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는 4월 대한항공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조 회장은 지난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두루 거친 항공 전문가다. 현재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게 된 것도 조 회장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큰 몫을 했다.

올해 대한항공의 창립 50돌까지 맞아 조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에 오른 이후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으로 대한항공의 발전을 이끌어온 바 있다.

외형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일궜다. 2018년 기준 대한항공 매출액은 12조6512억원으로 조 회장이 대한항공 회장 취임 전 해인 1998년 매출 4조5854억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 자산 또한 1999년 7조8015억원에서 24조3947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보유 항공기 대수는 113대에서 166대로, 취항국가 및 도시 숫자는 27개국 74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성장했다.

◆변화의 흐름 읽고 ‘스카이팀’ 창설 주도... 글로벌 항공사 반열로 우뚝

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는 동맹체로 재편되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아메리칸항공이 ‘원월드’라는 항공동맹체를 만들었다. 조 회장은 델타항공과 손을 잡고 스카이팀(SkyTeam)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직접 델타항공에 동맹체를 제의하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에어프랑스 회장을 찾아가 뜻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2000년 6월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가 참여한 스카이팀이 만들어졌다. 2000년 10월과 2001년 7월 체코항공과 알리탈리아가 각각 가세하면서 동맹체는 더욱 강화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을 스카이팀 회원사로 영입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신규 스카이팀 회원사를 위해 업무 표준화와 기술 자문으로 스카이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 글로벌 동맹체로 자리매김했다.

■‘위기는 곧 기회’... 과감한 항공기 도입과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강화

항공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다. 유가, 환율, 금리 등 외생 변수에 대한 민감도도 아주 높다. 2000년대 초반은 항공산업에 있어 크나큰 위기였다. 2001년 9·11 테러, 2003년은 이라크 전쟁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잇따라 터진 악재 속에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구조조정, 항공기 주문 축소 등 최대한 움츠린 경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항공산업의 위기를 오히려 항공기 도입의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다. 나중에 경기가 회복될 때 맞춰 항공기를 제 때 들여오지 못한다면, 이것이 진정한 위기라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2003년에는 A380 초대형 차세대 항공기를, 2005년에는 보잉787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연이어 결정했다.

조 회장의 예견은 맞아 떨어졌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공기 제작사는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미래의 경기 전망, 항공 수요, 시장 판도를 정확히 읽은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적시에 차세대 항공기들을 도입한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갈 수 있게 됐다.

◆6년 연속 세계 항공화물수송 1위의 경험... 소중한 자산으로

2004년은 대한항공에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꼽힌다. 매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표하는 세계 항공수송통계 국제항공화물수송 부문에 대한항공이 유수의 전 세계 항공사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인 1위를 기록했다.

국제항공화물수송 1위는 2010년까지 6년 연속 이어졌다.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신시장 개발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뿐 아니라 신기재 도입 등의 투자 확대 등 장기적인 안목과 적극적인 투자, 일관성 있는 사업 운영이 바로 성공의 키였다. 세계 1위의 경험은 대한항공의 소중한 자산으로, 글로벌 선도항공사로서의 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진에어 출범으로 항공시장 볼륨 키워... 투 트랙 전략으로 윈-윈

치열한 글로벌 항공 시장은 항공사간의 저가 경쟁을 심화시켰다. 또 저비용 항공사들도 잇따라 생겨났다. 서비스의 질과 더불어 가격이 항공사의 중요 선택 조건이 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시대의 필수적 흐름으로 받아들인 조 회장은 2005년 3월 새 유니폼 발표회에서 필요하면 별도의 항공사를 세워 국제 단거리 노선에서 저가 운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3년 후인 2008년 7월 진에어가 첫 취항을 시작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이후 프리미엄 수요와 실용 수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했다. 주력 수요층에 따라 취항 국제선 노선을 달리하며 노선 차별화를 진행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수요 위주의 비즈니스 노선 전략을,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의 관광 노선 위주의 전략을 펼쳤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美 반독점면제 권한 취득... 10여년 후 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초석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 취임 후 반독점면제(ATI)를 선제적으로 받을 것을 지시했다. 대한항공은 2002년 미국 교통부로부터 반독점면제 권한을 취득했다. 반독점면제란 기업간의 협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때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반독점면제 승인을 받으면 타 경쟁업체들의 법적 제소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의 닻을 올릴 수 있던 것은 반독점면제 권한 취득이 초석이 됐다. 이는 항공시장을 예측하는 조 회장의 선견지명과도 닿아 있다. 스카이팀이라는 항공동맹체를 만드는 와중에도 항공동맹체 체제로만은 경쟁의 파고를 넘기 어려운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는 치열한 글로벌 항공시장 경쟁을 뚫을 창이 되고 있다. 특히 2018년 대한항공이 견고한 실적을 내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조인트벤처의 본격 시행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전과 함께 큰 역할을 해 여객 매출만 10% 증가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항공시장 흐름 예측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대한항공 50년 역사도 가능했다”며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들의 잇따라 무너지던 위기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 또한 한번 받지 않고 무한 경쟁을 이겨내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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