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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허영인 SPC회장, 26년의 기다림···꽃을 피우다

‘제빵왕’ 허영인 SPC회장, 26년의 기다림···꽃을 피우다

등록 2014.08.04 11:13

김보라

  기자

파리바게뜨 설립 26년만에 프랑스 파리 입성‘빵 사랑’ 열정 하나로 종합 식품 기업 키워내국내 평정 넘어 세계 제빵 1위 브랜드 노린다

‘제빵왕’ 허영인 SPC회장, 26년의 기다림···꽃을 피우다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제빵왕’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국내 제빵업계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제과업계 1위 파리바게뜨가 최근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바게트 종주국’인 프랑스 파리에 깃발을 꽂았다.

한국 제빵업계를 평정한 그가 까다로운 ‘파리지앵’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파리 입성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던 허영인 회장의 26년 ‘제빵 외길’ 집념이 밑바탕된 결과다.

◇제빵업계 ‘대부’ 키운 DNA는 ‘빵生빵死’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빵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허 회장은 1945년 설립한 제과업체 삼립식품(당시 상호 삼미당) 허창성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학창시절에도 밤이면 생산현장에서 빵이 만들어지는 공정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살펴보며 빵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소년 허영인은 그런 경험을 통해 빵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과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허 회장은 맛있는 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기 위해서 대학 재학 시절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일찌감치 따기도 했다. 현지에서 빵맛을 본 후 맛이 괜찮으면 트럭으로 빵을 공수해 와 맛을 비교하며 새 빵을 개발했다는 허 회장의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빵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제빵학교(AIB) 정규과정을 이수했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제빵업계 최초로 정부 공인 식품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품질 고급화를 주도했다.

허 회장은 어렸을 때의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1983년 샤니를 물려받아 독자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정통 프랑스풍 베이커리를 즉석에서 구워내 고객에게 제공하는 파리크라상을 설립했고 1988년에는 파리바게뜨를 개점하며 가맹사업에 뛰어 들었다.

또 비슷한 시기 외식사업의 다변화를 예측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1988년 배스킨라빈스를 도입했고 1993년에는 던킨도너츠의 국내 사업권을 따냈다.

특히 던킨도너츠 사업권 획득 과정에서는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의 성공적인 경영으로 이를 눈여겨 본 던킨도너츠인터내셔널사가 먼저 나서 SPC그룹에 사업권 위탁을 요청해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가맹점 사업과 해외 브랜드 론칭 등의 성공에 힘입어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을 샤니보다 더 큰 브랜드로 키웠다. 그 결과 1990년 중반 제빵 업계 1위로 올라선 샤니는 2002년 파리크라상과 공동으로 친형인 허영선 회장 경영하던 삼립식품을 인수했다.

허 회장은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동네빵집이던 옛 상미당을 연 매출 4조원이 넘는 종합 식품기업 SPC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잠바주스, 패션(Passion)5, 리나스 등 다양한 식품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바게뜨 종주국’ 입성 통해 글로벌 ‘제빵왕’ 꿈꾼다 = 허영인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빵의 한류’에 적극 나서왔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잇달아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허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지향점이자 ‘바게뜨의 종주국’인 프랑스에 진출하기 위해 약 10년간 치밀한 준비를 해왔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7월 22일 파리1구의 지하철 샤틀레역과 샤틀레 극장 사이 면적 200㎡의 공간에 46석 규모 카페형 점포인 샤틀레점을 오픈했다. ‘세계 제과 제빵 1위 기업을 만들겠다’는 허 회장의 꿈은 프랑스 진출을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이번에 문을 연 파리 샤틀레점은 카페형 점포로 프랑스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빵 장인이 제품을 직접 만드는 ‘프리미엄 아티잔 블랑제리’ 콘셉트로 꾸몄다. 이를 위해 SPC그룹은 프랑스 현지에서 숙련된 제빵사를 직접 채용했다.

또 브랜드 아이텐티티(BI)도 프랑스 문화에 맞춰 유서 깊은 옛 건물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토프’ 계열의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더불어 현지인의 소비패턴에 맞춰 프랑스빵과 패스츄리, 샌드위치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생크림 케이크와 조리빵 등 파리바게뜨만의 독창적인 제품과 커피, 캔음료 등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제빵업계 안팎에서는 해외 제빵 선진국의 기업들도 프랑스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의 파리바게뜨가 단번에 프랑스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서구의 빵 문화를 수입했던 한국이 이제는 유럽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진출은 70여년간 쌓아온 제빵 전문성과 26년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며 축적한 유럽식 제빵 기술과 베이커리 운영 노하우, 연간 500억원에 이르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어우러져 이뤄낸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빵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높은 자부심 탓에 미국, 일본 등 제빵 선진국의 기업들도 프랑스에 쉽게 진출하지 못했지만 파리바게뜨는 그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프랑스 파리 샤틀레점을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캐나다 등 범프랑스 문화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파리바게뜨 샤틀레점을 허 회장이 평소 주창했던 ‘세계 1위 제빵기업’으로 가는 디딤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허영인 회장은 “파리바게뜨가 프랑스 파리에 진출하면서 명실공히 한국이 만든 또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까지 파리바게뜨가 프랑스 베이커리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온 브랜드였다면 미래의 파리바게뜨는 프랑스로부터 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kin337@

뉴스웨이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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