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슬픔 담은 다큐 '비념' 4월3일 개봉

영화 '비념' 포스터(사진제공=반달)

'제주4·3사건'으로 상처 입은 제주섬과 사람들, 또 최근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모두 다룬 다큐멘터리 '비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비념은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섬과 제주 사람들에 관해 나지막이 읊조리는 작은 기도, 혹은 가만가만 부르는 치유의 노래다.

임흥순 감독은 기존 다큐멘터리들처럼 서사와 인물에 기대 관객을 설득하거나 감정의 진폭을 조정하기 위한 연출과 편집을 지양하고, 인터뷰를 다양한 이미지와 사운드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다.

임 감독은 제주의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오직 인터뷰 목소리로만 들려준다. 관객의 감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일반적인 방식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시각적인 자극보다 감각적인 부분을 섬세하게 건드린다.

대중적인 방식의 4·3 이야기를 만들라는 주변의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어떤 이야기를 쉽게 말한다고 해서 듣는이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야기보다는 공간, 사물의 움직임, 바람 부는 풍경, 곤충과 동물 같은 생명을 보여주면서 은유와 상징을 통해 제주의 슬픔에 다가간다.

임 감독은 제주도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혹은 주입된 낭만의 풍경이 아닌 현실에 밀착된 내면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는 "일종의 몽타주 효과로 불일치의 긴장감에서 터져 나오는 불편함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

2007년 국방부는 강정마을을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선정했고, 2010년 첫 공사가 시작됐다. 마을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강행 중이다.

임 감독은 강정 사태의 기원을 4·3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인터뷰와 과거의 거친 기록영상을 통해 4·3사건이 국가적 폭력으로 자행된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학살이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현재의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여러 영상을 치밀하게 뒤섞음으로써 반세기가 지난 과거와 현재를 접목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국가의 권력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민초들을 짓밟아 왔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폭력으로 강정이 파괴되고 앓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구럼비 바위를 뚫고 있는 굴삭기의 어마어마한 소음 속에 강정마을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처연하게 묻히는 시간을 공유케 한다.

임 감독은 4·3사건이 학살이라는 국가의 실제 폭력이었다면 강정 사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닌 과정의 문제로써 주민의 의견이 무시된 폭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제주4·3과 강정의 슬픔은 여전히 같은 맥락으로 반복되고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다"며 "제주도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제주도 자체가 커다란 무덤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제작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 영화를 통해 4·3으로 희생된 피해자 분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강정마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념은 4.3사건의 65주년이 되는 오는 4월3일 개봉한다.

아래는 비념의 상영을 확정한 영화관이다.

CGV 무비꼴라쥬(압구정, 대학로, 상암) www.cgv.co.kr

롯데시네마(제주, 서귀포) www.lottecinema.co.kr

인디스페이스(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53 가든플레이스 2층) www.indiespace.

KT&G 상상마당시네마(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5번지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sangsangmadang.com

인디플러스(서울 강남구 논현동 3-5번지) www.indieplus.or.kr

KU씨네마테크(서울 광진구 화양동 1번지,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www.kucine.kr

아리랑시네센터(서울 성북구 돈암동538-98) cine.arirang.go.kr

영화공간 주안(인천시 남구 주안 1동 116-1 메인플라자 7층) www.cinespacejuan.com

대구동성아트홀(대구 중구 동성로1가 22) cafe.naver.com/dartholic.cafe

지프떼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객사3길 18 전주영화제작소 4층) theque.jiff.or.kr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강원 강릉시 경강로 2100, 임당동 신영빌딩) www.facebook.com/indieSY

아트시어터 C+C(부산 중구 대청동4가 81-1 가톨릭센터 1층) cafe.naver.com/cnctheater

부산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우동 1467번지)www.dureraum.org

임현빈 기자 b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