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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 통매입···대출규제 ‘깡그리’ 무시한 이지스자산운용

[사건의 재구성]강남아파트 통매입···대출규제 ‘깡그리’ 무시한 이지스자산운용

등록 2020.07.22 13:55

고병훈

  기자

매입금액 420억 중 270억 새마을금고 7곳서 대출규제범위보다 100억 초과 실행···‘회수조치’ 예고이지스운용 측 “주택담보대출 아닌 시설자금대출”강화된 부동산 규제 회피 위한 ‘우회 투자’ 논란도

강남아파트 통매입···대출규제 ‘깡그리’ 무시한 이지스자산운용 기사의 사진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규제가 강해진 상황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개인자산가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투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급기야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대출규제까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출을 내준 새마을금고 측은 “규제 초과분에 대해 즉시 회수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지스371호부동산전문사모펀드’는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1개 동을 매입했다. 이 건물은 14층 높이의 총 46가구가 사는 한 동짜리 아파트로, 1997년 입주를 시작했다. 당초 한 개인이 이 아파트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달 19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매도했으며, 매매가는 약 420억원이다.

◇대출규제 어떻게 어겼나···이지스운용 “주택담보대출 아닌 시설자금대출”

이지스운용은 42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매입을 위해 서울과 경기도 등 7개 새마을금고에서 27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최근 새마을금고가 이 대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시 검토한 결과 270억원 중 100억원 가량이 정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초과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시행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달리 적용하도록 했다. 시가 9억원까지는 40%,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은 20%를 적용받는다. 부동산 매매업·임대업을 하는 사모펀드도 규제 적용 대상이다.

사모펀드가 사들인 46채의 값은 각각 6억7000만원에서 13억원 사이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60억원 가량인데 이지스운용은 이를 초과한 270억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 새마을금고 측의 설명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규제 초과분은 최대한 빨리 회수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며 “정책비율을 위반한 대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이달 1일부터 부동산 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는데, 이지스운용은 규제 강화 직전 대출 막차를 타고 돈을 빌렸다.

이에 대해 이지스운용 측은 “본 사업은 올해 초부터 매입을 검토해 지난 3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당초 4월 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됐다”면서 “6·17 대책을 회피하고자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출규제 위반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주택 보유목적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총 사업비 약 800억원을 기준으로 리모델링 등 개발을 전제로 한 시설자금대출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즉 대출 과정에서 LTV를 적용해 돈을 빌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규제 위반 및 대출회수는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부동산 규제 피해간 ‘우회투자’ 논란도···“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이지스자산운용은 20년이 넘은 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등 고급화 작업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두고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이 다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사업자 등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액의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앞세워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우회 투자’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해도 한발 늦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 규제를 피하고 임대수익뿐 아니라 매각차익을 노리고 펀드 가입자들끼리 나눠가질 수 있단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상의 사모펀드 투자 대상에 주거용 아파트를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고 밝혔다.

실제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49인 이하의 소규모의 투자자가 모여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 한 명당 억대 이상의 자금이 투자되기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모집대상이 된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으로 수익을 거두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등을 낼 필요가 없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서는 법인을 세우거나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은 채 펀드 뒤에 숨어서 막대한 매각차익 등을 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사모펀드를 통한 부동산 투자가 향후 차익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소지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차익에 대해서 이 부동산 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으므로 규제 회피 목적의 사모펀드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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