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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삼성맨’ 장원기의 중국行···“기술유출 vs 과도한 우려” 갑론을박

‘36년 삼성맨’ 장원기의 중국行···“기술유출 vs 과도한 우려” 갑론을박

등록 2020.06.12 14:39

이지숙

,  

김정훈

  기자

퇴임후 中반도체 ‘에스윈’ 부총경리로 이직삼성 OLED 구동칩 기술 中에 넘어간다 지적업계 “퇴임 임원 기술유출 어려워···과도한 우려”

‘36년 삼성맨’ 장원기의 중국行···“기술유출 vs 과도한 우려” 갑론을박 기사의 사진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66)이 중국 반도체 기업 ‘에스윈’ 경영진에 합류하며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 전 사장이 합류하게 된 에스윈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 창업주인 왕둥성 에스윈 총경리(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장 전 사장은 부총리경리(부회장)으로 영입됐다.

1955년생인 장 전 사장은 연세대 졸업 후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총괄 LCD사업부 담당임원, 천안사업장 공장장 전무,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센터장 부사장을 거쳐 2008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부문 LCD사업부장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퇴임 전에는 중국삼성 사장을 맡은 바 있다.

장 전 사장은 중국삼성 사장을 맡을 당시 왕둥성 회장과 인연을 쌓아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번 에스윈 합류도 왕 회장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약 40년 가까이 삼성에 몸 담았던 장 전 사장의 중국행에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꾸준히 지적돼 온 중국의 ‘인력 빼가기’라는 지적도 있으나 장 전 사장이 주로 액정표시장치(LCD) 관련사업을 맡았고 은퇴 전에는 대관업무에 집중한 만큼 확대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자업체들은 고위 임원이 퇴직할 경우 2년가량은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2017년 퇴임한 장 전 사장은 제약기간이 종료된 상황이다.

에스윈은 2016년 3월 베이징에 설립됐으며 2017년 10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을 패널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생산라인을 확대하며 외형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에스윈의 행보에 시장에서는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구동칩 시장을 중국 업체에 뺏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로 이직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장 전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삼성에 피해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10년 전 LCD사업부에서 나온 만큼 유출할 기술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장 전 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달에 한 주 정도 중국에 머무르며 경영자문하는 역할”이라며 “반도체사업부에서 나온지 30년이 지났다. LCD사업부장을 맡은 것도 10년 전 일이다. 무슨 기술이 있어 기술을 유출하겠나”라고 업계 우려에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도 장 전 사장의 취업에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신사업실 부연구위원은 “총괄 엔지니어 등 실무자가 아닌 퇴직 임원들의 이직 문제는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2년 취업제한이 있는데 2년 후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많이 변화한다. 취업제한 시기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의 경우 기술·인력 유출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크지만 중국의 한국 인력·기술 빼가기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돼왔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 핵심기술 중 21건의 핵심기술이 유출됐으며 이 중 디스플레이 기술이 6건에 달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중국의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에 다수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한국 핵심인력 빼가기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BOE가 ‘65인치 대형 OLED 패널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관련 업계 얘기를 참고하면 현재 BOE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출신 인력이 100여명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인재를 잡기 위해 쓰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실무자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교육을 받은 박사급 인재들의 인력 유출도 많은 상황”이라며 “처벌강화와 같은 결과적인 해결책보다는 국내 시스템 강화, 인센티브 구조 확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타 기업으로 이직하는 직원에 대해 자료를 유출하면 기술 유출로 보고, 자료 유출 없이 이동하게 되면 개인의 지식과 지혜를 갖고 가는 것으로 간주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이 점점 어려워지고 최신 공정에는 이전과 다른 기술을 구현하게 된다”면서 “지금 당장 최신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퇴임한지 오래됐다면 기술 유출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 출신으로 국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임원급 직원들은 상당히 많다. 현업에서 활동하는 임원 가운데선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지영조 현대자동차 사장, 옥경석 한화 사장, 동현수 두산 부회장,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에서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는 임원 수만큼, 해외 기업에서 삼성으로 오는 이들도 많아 숫자 파악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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