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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 송현동 부지 매각···딜레마에 빠진 대한항공

‘금싸라기’ 송현동 부지 매각···딜레마에 빠진 대한항공

등록 2020.03.19 16:45

이세정

  기자

서울시, 송현동 부지에 도시공원 조성 계획 발표주간사 선정 아직···사실상 ‘시에 매각해라’ 압력개발권 쥔 서울시,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 언급시세보다 싸게 팔면 손해···배임 혐의 적용될수도

‘금싸라기’ 송현동 부지 매각···딜레마에 빠진 대한항공 기사의 사진

대한항공이 딜레마에 빠졌다.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추진 중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 작업에 난데없이 서울시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는 이 부지에 도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매각가격까지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간사 선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이같은 행동은 대한항공에게 ‘서울시에 부지를 팔아라’는 것으로 사실상 압박성 행위라고 지적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3만7000여㎡의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동쪽에 있는 거대한 나대지로, 서울광장의 3배(3만6642㎡)에 이른다. 예상 매입가는 약 4000억~4500억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 부지에 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과의 협상이 결렬돼 제3자에 부지가 넘어가더라도, 재매입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한옥호텔을 비롯한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목표로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삼성생명은 2002년 미술관을 짓기 위해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140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한남동에 삼성 ‘리움’을 세우면서 이 부지를 대한항공에 넘겼다.

호텔을 건립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바로 건너편이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인근에 광화문,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부지 인근에는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 학교 3곳이 몰려있어 학습권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조 전 회장은 2013년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호텔 건립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호텔 건립은 첫 삽도 띄지 못한 채 10년 넘게 공터로 방치됐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을 결정했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잠시 중단되는 듯 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지난달 연내 매각을 발표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대한항공은 오는 24일까지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받은 뒤, 심사를 거쳐 후보사를 뽑을 계획이다. 이후 제안 내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등을 진행해 최종 주관사를 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개발 방안 발표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매각 주간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입 의지와 예상 매입가를 밝힌 것은 사실상 대한항공에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로 팔아라’고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대한항공이 서울시로부터 매입 의사를 전달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협의되거나 진전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6000억원대(장부가 3600억원)로 추정된다. 서울 최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만큼,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매각 주간사를 거쳐 서울시가 아닌 제3자에 송현동 부지를 팔더라도, 서울시가 개발 인·허가권을 내주지 않으면 이 땅은 또다시 공터로 놀릴 수밖에 없다.

반면 대한항공이 시세보다 싸게 부지를 넘길 경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매입 의지를 대대적으로 밝힌 것은 송현동 부지를 노리는 다른 세력들에 보내는 경고성 메세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매각 주간사를 설정해 자산 가치 평가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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