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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유지···“상속세 마련?”

농심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유지···“상속세 마련?”

등록 2020.02.20 10:34

천진영

  기자

농심 실적 부진에도 예년 수준 배당 상장사 3곳 13년째 고배당 정책 유지 오너일가 승계 시 재원 활용 가능성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흔들림 없는 고배당’. 농심그룹이 수년째 지켜오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다. 올해도 농심그룹은 예년과 같은 규모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쇼크를 겪은 기업들이 배당금 깎기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그러나 이 같은 배당정책을 두고 오너일가에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심그룹 상장사 3곳 모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 안팎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오너 3세들은 향후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친주주정책의 이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과 비상장사 태경농산의 작년 결산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농심홀딩스는 2019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을 92억7553만원으로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2000원이다. 농심과 율촌화학은 231억3050만원, 124억원의 배당총액을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각각 4000원, 500원이다. 태경농산의 주당 배당금은 5000원, 배당총액은 62억원이다.

이들 계열사의 공통점은 전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간 농심그룹은 배당액을 순이익에 연동하지 않고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특히 상장사 3곳은 실적 변화와 무관하게 2007년 이후 배당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해 왔다. 태경농산의 경우 2017년 회계연도부터 3년째 농심그룹 배당정책을 따르고 있다.

고정배당을 실시하는 농심그룹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율촌화학의 배당성향은 68.08%로 전년보다 16.13%포인트 감소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에 할당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2017년 배당성향은 45.41%였지만 실적이 악화한 2018년에는 84.21%까지 뛰었다.

앞서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둘째 신동윤 부회장이 이끄는 율촌화학은 2018년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았다. 당해 매출은 4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줄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78억원, 147억원으로 각각 56.0%, 46.1% 급감했다. 작년 매출액은 3.4% 늘어난 506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58억원, 182억원으로 각각 45.4%, 23.7% 증가했지만, 사실상 회복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농심은 2017년부터 3년째 순이익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당성향은 2016년 11.61%, 2017년 25.51%, 2018년 27.44%, 2019년 32.55%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농심의 매출은 2조3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88억원, 711억원으로 각각 11.0%, 15.7% 하락했다. 이는 인건비, 용역비, 운송비 등 판매관리비와 제반 경영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실적 발표 전인 농심홀딩스와 태경농산의 2018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성향은 19.85%, 86.52%다. 당기순이익이 늘면서 전년 대비 배당성향은 각각 2.97%포인트, 9.97%포인트씩 감소했다.

이 같은 배당정책을 두고 오너일가에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심그룹 상장사 3곳 모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 안팎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태경농산은 농심홀딩스가 100% 지배하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서 주주인 오너일가 등에게 다시 배당하는 구조다.

2세 경영 구도를 구축한 농심그룹은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이 각각 농심홀딩스, 율촌화학, 메가마트를 이끌고 있다. 쌍둥이 형제 중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를 통해 농심을 지배하고 있다. 쌍둥이 차남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경영을 맡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비상장 회사인 유통기업 메가마트의 최대주주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부회장이 42.92%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갖고 있다. 현재 농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상렬씨도 1.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농심의 최대주주는 농심홀딩스(32.72%)다. 신동익 부회장은 2017년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지분을 증여 받아 삼형제 중 유일하게 농심 지분 1.64%를 들고 있다. 신춘호 회장의 지분은 5.75%다. 율촌화학 역시 농심홀딩스(31.94%)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신춘호 회장이 13.50%, 신동윤 부회장이 13.93%를 갖고 있다.

각 계열사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을 살펴보면 농심홀딩스가 66.54%로 가장 높으며, 율촌화학 65.01%, 농심 45.49% 순이다. 절반 이상의 배당금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농심그룹 3세들의 경우 향후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03년 신춘호 회장의 주식 증여로 농심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손주들은 매년 배당금을 챙겨왔다. 이를 통해 소량씩 농심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여왔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매년 배당금을 유지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투자 방향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농심그룹의 배당 정책은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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