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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CEO’ 못 정한 기업은행, 초유의 행장 직무대행 체제 맞나

‘후임 CEO’ 못 정한 기업은행, 초유의 행장 직무대행 체제 맞나

등록 2019.12.26 12:29

정백현

  기자

‘27일 임기 만료’ 김도진 은행장, 이임식 예정반장식 등 官 출신 유력설에 노동계 극렬 반발정부, 노동계 표심 의식해 ‘官 카드’ 장고 돌입은행장 공석에 자회사 임원 인사도 연쇄 지연늦어도 새해 1월 중순께 후임 행장 결정될 듯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업은행장은 청와대 수석 재취업 자리가 아니다’는 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업은행장은 청와대 수석 재취업 자리가 아니다’는 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

IBK기업은행이 정부의 은행장 인사 지연으로 인해 행장 공석 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김도진 행장의 임기 만료 시점을 불과 하루 앞뒀지만 여전히 후임 행장 선임은 다양한 소문만 무성할 뿐 오리무중이다.

기업은행은 오는 27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김도진 행장의 이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준희, 권선주 전 행장에 이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으로 지난 2016년 12월 임기를 시작한 김 행장은 이임식을 끝으로 34년간 정들었던 기업은행을 떠나게 됐다.

차기 기업은행장에 대한 하마평은 이미 무수하게 퍼져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관료 출신 외부인사가 내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매우 우세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들과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등 내부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언급되고 있다.

이중 반장식 전 수석의 행장 선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이미 청와대에서 반 전 수석에 대한 인사 검증을 모두 마치고 금융위원회의 공식 제청 절차만을 남았다는 이야기가 유력하다. 그러나 금융위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임명권을 쥐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해진 상황이다. 반 전 수석의 행장 선임을 강행하자니 이에 대한 반발과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 안팎에서 ‘낙하산 행장 선임 반대’ 캠페인을 지속 중이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에 새로 당선된 ‘강경파’ 박홍배 위원장도 반 전 수석의 행장 선임 강행 시 2년 전 대선 당시 맺은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협약을 깨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 총선에 미칠 여파도 생각하고 있다. 반 전 수석의 행장 선임을 강행한다면 10만여명에 달하는 전국 금융권 근로자의 표심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끝까지 반 전 수석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 전 수석 대신 기업은행 내부 출신 인사를 행장에 기용하자니 이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내심 달가워하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임상현 전무와 김영규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등 최근 내부 출신 행장들이 만족할 만한 경영 성과를 거둔 점이 내부 발탁의 이유로 꼽히지만 관료 출신 외부 후보들과 비교할 때 이름값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기업은행장 선임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의 운영 근거인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장 공석 시 전무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후임 인사가 늦어진다면 28일부터 임상현 전무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은 상법 기준으로 은행을 운영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현직 행장이 한시적으로 임기를 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은행은 별도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 국책은행이기에 현직 행장의 임기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간 은행 중에는 후임 행장 선임이 지연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임기가 끝난 현직 행장이 한시적으로 은행을 더 이끄는 경우가 있다. 현재 은행권 내에서도 지난 9월 임기가 끝난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의 임기가 내년 1월까지 한시적 연장된 바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가가 정한 법령에 따라 운영되는 국책은행은 현직 행장의 한시적 임기 연장이 불가능하다. 각 국책은행 운영 법령에는 모두 은행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전무가 은행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

기업은행의 은행장 직무대행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 2010년 임기를 마친 윤용로 전 행장이 후임 없이 퇴임하자 조준희 당시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 당시 상황이 현재와 가장 유사하다. 9년 전 윤용로 전 행장의 퇴임 이후 공석 기간은 3일에 그쳤다.

기업은행장 최장기 공석 사례는 15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종창 당시 행장이 임기 만료를 3개월 정도 앞둔 2004년 2월 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무려 한 달간 은행장 자리가 비워진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은행장 공석은 비교적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장 인선이 늦어진 탓에 기업은행 자회사들의 임원 인사도 늦어지는 만큼 은행 안팎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료 출신 카드를 접고 기업은행 내부 인사 발탁으로 정부의 선택지가 달라진다면 추가 인사 검증이 필요한 만큼 후임 행장 발표 시점이 새해 1월 중순께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규모나 국책은행으로서의 이름값, 금융권 내부에서 차지하는 가치 등을 감안한다면 CEO 인사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부분인 만큼 정부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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