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5℃

  • 인천 5℃

  • 백령 6℃

  • 춘천 7℃

  • 강릉 8℃

  • 청주 7℃

  • 수원 5℃

  • 안동 6℃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7℃

  • 전주 7℃

  • 광주 6℃

  • 목포 9℃

  • 여수 10℃

  • 대구 7℃

  • 울산 10℃

  • 창원 8℃

  • 부산 9℃

  • 제주 7℃

경영권 분쟁에 주가 요동···얼마까지?

[한진家 남매분쟁⑨]경영권 분쟁에 주가 요동···얼마까지?

등록 2019.12.24 17:05

고병훈

  기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지분 확대 경쟁 예고한진칼, 경영권 관련 이슈마다 주가 변동성↑SK, KT&G 등 과거 경영권 위협에 주가 급등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에 제동을 건 가운데, 한진가 ‘남매의 난’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한진칼의 주가는 한진그룹 경영권 관련 이슈가 조금이라도 불거질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만약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지분 확보 경쟁이 계속된다면 주가도 큰 변동성을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조 부사장이 조 회장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지난 23일 한진칼의 주가는 전일 대비 7700원(20.00%) 오른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최고가에 근접했던 주가는 다음날인 24일에는 전일 대비 3300원(7.14%) 하락한 4만2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모친 이명희 고문 5.27%로 오너 일가의 지분이 거의 비슷하다.

특히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 차이가 0.03%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선택이 엇갈리게 되면 이들에게 적대적인 KCGI(17.29%)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막내인 조현민 전무, 모친인 이명희 고문 그리고 우호세력인 델타항공(10%)이 어느 쪽 편에 서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앞서 SK그룹도 헤지펀드의 경영권 장악 시도인 ‘소버린 사태’로 극심한 주가 변동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뉴질랜드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면서 SK(주)의 주가가 급락하자 1768억원을 동원해 SK(주)의 지분 14.99%를 확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소버린이 지분을 빠르게 장악했던 나머지 ‘5% 지분 공시’ 룰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은 미처 손쓸 겨를이 없었다. 이어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버린 측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최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은 1.39%에 불과했지만 오너일가의 다툼 없이 최 회장을 중심으로 뭉쳐 회사를 지켜낸 바 있다. SK그룹은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지분싸움으로 인한 파장은 컸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SK의 주가는 이전 5000원 가량에서 2004년에는 3만~5만원대로 급상승했다. 2004년 10월 소버린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고 2차 공세를 강화하자 SK의 주가는 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 주가가 무려 10배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2005년 7월 소버린은 SK(주)의 지분 전량을 전격 처분해 800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소버린이 챙긴 돈은 1조원 안팎이다. 2년 만에 600%의 수익률을 올린 소버린은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킨 채 철수했다.

지난 2006년 KT&G의 경영권을 흔들었던 칼 아이칸 먹튀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KT&G 지분 6.59%를 사들였다. 이들은 이사회에 진입해 부동산 매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한국인삼공사) 정보공개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KT&G의 경영권을 흔들었던 칼 아이칸은 10개월의 경영권 분쟁 끝에 주식을 매각, 주식 매각차익 1358억원과 배당금 124억원 등 총 1482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지난 3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이외에도 삼성물산과 현대차가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아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한 사례가 있다.

엘리엇은 2015년 당시 우호지분을 포함해 11.78%의 삼성물산 지분을 앞세워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했고, 치열한 표 대결 끝에 주총에서 패배했다.

엘리엇은 주총 패배 후 삼성물산과 합의 끝에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한국을 떠났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주식매입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엘리엇의 당시 차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물산에 손을 뗀 엘리엇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개입해 손해를 봤다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87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도 엘리엇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엘리엇은 엘리엇어쏘시어츠LP와 포터캐피탈LLC 등을 통해 현대차(2.9%)와 현대모비스(2.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실패했다. 여기에 엘리엇은 주당 2만1967원의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기준 현금배당을 주당 3000원으로 제안해 올해 초 주총에서 대결을 벌였다.

주총은 우호 지분을 대거 확보한 현대차의 승리로 끝났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의결권자문기관 등은 현대차가 제안한 배당금의 7배가 넘는 배당 요구는 회사의 성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했었다. 두 회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마저도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초 현대차그룹이 가장 우려했던 엘리엇이 제안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엘리엇은 사외이사진에 진입할 경우 이사회에 들어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숙제로 남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엘리엇은 어떤 형태로든 관여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과 엘리엣의 악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