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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제주 항공 ‘한지붕 說’…코웃음 치는 업계

애경그룹, 인수전 관심…삼성증권과 접촉
몸값 낮추려 인수부인 일반적…업계 “납득 안돼”
아시아나보다 자산총액 낮아…자금 부족도 문제
통매각 부담 상당…일각선 주가올리기 전략 의심

그래픽=강기영 기자

국내 1등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매각 절차를 밟는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한지붕 두가족’이 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함께 품어야 하는데, 애경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급하게 인수 가능성을 내비친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31일 항공업계와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애경은 최근 삼성증권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가격과 사업 타당성 등을 논의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애경 측은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경쟁사로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인수전 참여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매각을 결정한 것은 지난 4월15일이다. 연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열흘 만에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선정했고, 현재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수 의사를 피력한 기업은 없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한화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등은 모두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인수전 향방을 두고 시장의 해석은 엇갈렸다.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을 뿐, 내부적으로는 검토에 착수했을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M&A 자체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주가 방어 등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2조원대로 추산되는 인수대금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실제로 인수 의사가 없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이 갑작스럽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더욱이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몸값을 낮추기 위해 마지막까지 인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실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를 거론한 것은 전략적으로 손해라는 지적이다.

애경은 단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엔 자금력이 부족하다. 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4000억원을 밑돈다. 현금성 자산은 355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7조원이 넘는다. 운용리스가 포함되면 9조원을 웃도는데, 이를 감담할 수 없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은 8조2000억원 규모로 재계 서열을 따져보면 45위권 안에 든다. 반면 애경그룹은 5조2000억원 규모로, 58위에 머물고 있다.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손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를 경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만큼, 외국 자본의 투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1순위로 삼고 있다. 최근 들어 장거리 노선 개척에 열을 올리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노선이 겹치는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떠안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단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주력 항공기는 에어버스 기종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보잉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두 항공사를 별개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는 기대를 밑돌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애경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애경이 삼성증권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8일 AK홀딩스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AK홀딩스와 애경유화는 5% 이상씩 올랐고, 제주항공은 6% 이상 치솟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것은, 과장을 보태 동네슈퍼가 대형마트 인수를 추진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CS증권은 실사가 종료되면 늦어도 7월 초에는 투자설명서를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걸쳐 이르면 11월께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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