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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넘보는 KCGI와 타협 나설까

[조원태 시대③]최대주주 넘보는 KCGI와 타협 나설까

등록 2019.04.25 16:19

수정 2019.04.25 16:24

이세정

  기자

2대주주 KCGI와 지분 경쟁 불가피사외이사 구성 조정···KCGI 측 이사 선임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등 추가매각 가능성KCGI 제안한 토파스여행정보 상장 추진도

최대주주 넘보는 KCGI와 타협 나설까 기사의 사진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2대주주 KCGI간 경영권 전쟁이 시작됐다. KCGI의 위협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오너가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만큼, 조원태 회장이 한 발 물러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계 등에 따르면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한진칼 주식 보유 비율이 14.9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조 전 회장(17.84%)와의 격차는 2.68%에 불과하다.

KCGI의 이번 지분 취득으로 한진칼을 통해 한진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을 처음 사들이면서 경영권 장악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단순히 경영참여 목적은 아닐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 총수직에 앉았지만, 장악력은 미비한 수준이다. 한진칼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21%)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20%)를 다 합쳐도 7%대를 밑돈다.

조 전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28.93%다. 표면적으로는 KCGI의 압박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만, 막대한 상속세 문제가 걸린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조원태 회장이 그룹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한진칼 지분을 유지하거나 늘려야한다.

하지만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주식 일부를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 경우 오너가 지분율은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데, 최악의 경우 그룹 경영권을 뺏기는 상황이 그려질 수 있다.

조원태 회장과 KCGI간의 지분싸움에 불이 붙으면서, 3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서만 총 7차례에 걸쳐 지분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말 7.34%이던 지분율은 4.11%로 낮아졌다.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동시에, 공적기관의 입장에서 어느 한 편을 들어주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오너일가가 불리한 상황인 만큼, 조원태 회장이 KCGI를 설득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CGI는 올해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조원태 회장 일가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부채비율 개선을 요구했다. 또 고객과 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은 2월 중장기 전략을 담은 ‘비전 2023’을 발표하며 KCGI 달래기에 나섰다. KCGI가 지적한 송현동 부지를 연내 매각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쇄신안이 ‘미봉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주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주주명부 열람과 의안상정 신청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표대결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 별세로 상황이 반전된 만큼, 조원태 회장이 타협점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KCGI가 요구하는 대로 사외이사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한진칼 사외이사는 4명으로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한다. 다만 사외이사 4명 모두 조 전 회장 측 사람으로 꾸려진 만큼, 독립성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고려해 KCGI가 요구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KCGI는 한진칼에 사외이사 2명의 선임을 제안했지만,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을 넘지 못해 주주제안에 실패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조 전 회장 사망으로 사내이사는 2명으로 줄었고, 이사회는 6명이다. KCGI 측 사외이사 2명이 새롭게 투입되더라도, 조원태 회장 측 인원이 4명으로 앞선다. 또 조 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사내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 손해보는 거래는 아니다.

KCGI는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이다.

조원태 회장은 이미 송현동 호텔부지 매각을 결정한 만큼, 성과가 미비하거나 향후 전망이 모호한 와이키키리조트나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등 추가적인 매물을 내놓고 자금 마련을 시도할 수 있다.

항공스케줄 및 항공예약 발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토파스여행정보의 기업상장(IPO) 추진도 가능하다. KCGI는 평균 당기순이익율이 25%에 달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인 만큼, IPO를 추진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토파스여행정보회사는 한진칼이 94.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은 0.65%를 보유 중이다. 상장으로 현금을 융통시켜 부채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경영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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