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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끌어내린 국민연금···권력 종속·운영 투명성 논란 해결해야

[스튜어드십코드, 의미있는 진전②]조양호 끌어내린 국민연금···권력 종속·운영 투명성 논란 해결해야

등록 2019.03.29 17:26

수정 2019.03.29 17:47

유명환

  기자

벌벌 떠는 135개사 “다음 타깃은 우리?” 정부 강경 기조로 탄력받은 주주권 행사지난해부터 주총서 찬성 줄고 반대 늘어독립성 문제는 여전···금통위처럼 바꿔야

조양호 끌어내린 국민연금···권력 종속·운영 투명성 논란 해결해야 기사의 사진

639조원 기금을 앞세운 국민연금공단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을 이끌어 냈다. 이로써 그동안 제기됐던 ‘주총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

이번 결과는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가 기업 소액주주들을 집결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3월 중 주총 일정이 잡혀 있는 기업들에게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가 부담스러워졌다. 여기에 정부까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어 향후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저승사자’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29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총이 열리는 국내 상장사 158곳 중 41곳에서 등기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에 대한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294곳인데 135곳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예상 밖의 일들이 생겼다.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 현장에서는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대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조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이 됐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은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으면서 더 활발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정경제추진 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막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와 지난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병 투척 사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무차별 폭언 등 각종 갑질 행태로 대내외의 질타를 받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엄벌 청원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이어 국민연금 소관 부처 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목적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이 원칙 하에서 철저히 움직이겠다”고 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조양호 끌어내린 국민연금···권력 종속·운영 투명성 논란 해결해야 기사의 사진

정부가 유독 ‘스튜어드십 코드’ 띄우기에 힘을 실은 것은 사연이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선명한 의견을 도출시킨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4년간 상장사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행사한 반대 의견이 다수 주주의 동조를 얻거나 기업이 수용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민연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주주총회 반대 의견 비중은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767곳 중 735곳의 주총 주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비중은 9.05%였다. 2015년(10.12%)과 2016년(10.07%), 2017년(12.87%) 모두 10% 안팎에서 머물렀다.

지난해 7월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해 772곳 가운데 753곳의 주총 주요 안건 2838건 중 537건(18.92%)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찬성과 중립·기권은 각각 2286건(80.55%), 15건(0.53%)이다.

반대표가 늘어난 반면 찬성표는 감소했다. 2014년 상장사 735곳의 2775건에 주총안건 중 찬성 비율은 90.77%로 나타났다. 이 기간 찬성 안건은 251(9.05%)건, 중립·기권은 5건(0.18%)에 그쳤다.

이듬해부터 찬성표는 줄고 반대, 중립·기권 비중이 늘어났다. 2015년 상장사 753곳의 주총 안건은 2836건으로 찬성 2542(89.635)건, 중립·기권 7(0.25%)건이다. 2016년과 2017년 찬성 2692건(89.43%), 2519건(86.89%), 중립·기권 15건(0.50%), 7(0.24%)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총에서 의견 도출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가운데 실제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7곳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의견 도출에 실패한 것은 우호지분 확보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안건 부결을 위해선 최소 우호지분이 25% 이상 의결권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대부분 투자자들이 최대주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을 외면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한동안 ‘거수기’ 내지는 ‘종이호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주총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5명이 현직 장·차관이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원처럼 외부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결권 행사를 논하기 전에 전문성을 키우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기업 특성과 시장 환경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한 의사결정 시 시장에 혼란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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