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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킨 밥그릇 뺏긴 금감원···‘정피아’ 보험연수원장에 침묵

10년 지킨 밥그릇 뺏긴 금감원···‘정피아’ 보험연수원장에 침묵

등록 2018.12.12 11:29

장기영

  기자

2000년대 5명 중 4명 금감원 출신보험협회·유관기관 등 인선에 관여

역대 보험연수원장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역대 보험연수원장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

지난 2008년 이후 10년간 4명의 보험연수원장을 내리 배출한 금융감독원이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밥그릇을 뺏기고도 침묵하고 있다.

보험협회와 유관기관 수장 인선에 간섭하며 내 식구 챙기기에 바빴던 금감원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을 둘러싼 각종 잡음에 입을 다물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취임한 5명의 보험연수원장 중 4명은 금감원 출신이었다.

2002년 취임한 생명보험협회 총무부장 출신의 제12대 김상복 전 원장이 퇴임한 이후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금감원 국장급 이상 직원들이 자리를 독차지했다.

제13대 김치중 전 원장과 제14대 조병진 전 원장은 각각 보험감독국장, 보험검사국장을 역임했다.

제15대 조기인 전 원장은 소비자보호센터, 감사실 국장을 지냈고, 제16대 최진영 전 원장은 회계감독1국장을 거쳐 회계감리담당 전문심의위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대 이전 취임한 제11대 우교훈 전 원장 역시 보험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었다.

보험연수원장 자리는 이 같이 금감원 퇴직자들의 몫으로 굳어졌지만, 제17대 원장에 보험 관련 경력이 전무한 3선 국회의원 출신이 선임되면서 사실상 밥그릇을 뺏겼다.

보험연수원은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열어 정희수 전 의원을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선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정치권 낙하산 인사, 일명 ‘정피아(정치인+마피아)’라는 비판을 받은 정 원장 내정자는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이달 3일로 예정됐던 취임 일정이 연기됐다.

생명·손해보험협회와 26개 생명·손해보험사로 구성된 보험연수원 총회가 아무런 검증 없이 거수기 역할을 한 결과였다.

200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7·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 내정자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 대상자임에도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 의무자였던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제한기관에는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私)기업체와 사기업체의 공동 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 및 단체가 포함된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다.

정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옮긴 이른바 철새 정치인으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해 낙하산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경북 영천 출신의 정 내정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경상북도당 위원장, 사무총장 대행 등을 역임한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4월 대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시 문 대통령 후보 캠프의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보험연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는 듯 정 내정자 선임 보도자료 배포 당시 수상내역까지 일일이 나열한 프로필에서 해당 경력을 뺐다.

정 내정자는 경제·경영연구소 재직 후 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내다 국회의원이 됐고 국토해양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을 거쳐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국회의원직에 물러난 이후에는 최근까지 롯데미래전략연구소 고문, 성균관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해왔다.

뒤늦게 국회 공직자윤리위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통과한 정 내정자는 오는 13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불과 1~2주 새 이어진 각종 논란과 잡음을 지켜 본 금감원은 과거와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상대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거물인 데다, 현 정부 출범에 따른 보은인사 성격이 강하다 보니 함부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보험연수원뿐 아니라 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 등을 내 식구 챙기기에 활용해왔다.

현재 손보협회 2인자 격인 서경환 전무는 보감원 입사 이후 금감원 보험감독국 보험계리실·보험검사1국 팀장, 광주·대전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 전무 선임 당시 생보협회에는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 출신 송재근 전무가 건너와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리를 하나씩 나눠 가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금감원 생명보험서비스국장, 보험업서비스본부 부원장보를 지낸 제10대 김수봉 전 원장에 이어 행시 33회로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보험과장을 역임한 제11대 성대규 원장이 재직 중이다.

일명 ‘금피아(금감원+마피아)’로 불리는 금감원 퇴직자들은 다수 보험사의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자리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NH농협생명 정준택 상근감사위원은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을 지냈다. 신한생명 장상용 상근감사위원도 보험검사국 부국장, 감사실 국장을 역임했다.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은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 부원장보 출신으로 보험개발원장 등을 거쳐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협회나 유관기관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온 금감원이 유독 국회의원 출신 보험연수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내 식구 챙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선임 절차의 투명성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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