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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2조2천억 추가 투입한 손정의 속내

[뉴스분석]쿠팡에 2조2천억 추가 투입한 손정의 속내

등록 2018.11.22 07:53

수정 2018.11.22 08:01

이지영

  기자

손정의, 비전펀드 통해 쿠팡 경영권 인수 욕심 인수합병 시도땐 김범석 대표도 방어 어려울 듯업계 “손정의 사실상 경영권 넘겨받은 것” 시각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 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김범석 쿠팡 대표(사진 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자본잠식으로 벼랑끝에 몰렸던 쿠팡이 다시 한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규모 자금수혈에 성공하며 숨통이 트였다. 지난 2015년 10억달러(1조1000억원)을 투자받은 지 3년 만이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20억달러(2조2500억원)를 투자했다. 이로써 쿠팡이 지금까지 손 회장으로보터 유치한 투자금은 총 약 3조35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매출 규모로만 따지만 현재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2조7000억원,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5조원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이같은 외형성장은‘무리한 투자’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주력 사업인 로켓배송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현재, 로켓배송이 양날의 칼로 작용했기 때문.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몸집 부풀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배송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 규모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났다. 3년 간 1조 5000억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곳간에 남아있는 실탄도 바닥난 지 오래다. 그런데 왜 손정의 회장은 또 한번 쿠팡에 거액을 베팅해을까?

◇손정의 쿠팡에 군침 ‘비전펀드’에 쿠팡 합류시키고 수혈 = 이번 투자는 정확하게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과 함께 구성한 기술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투자금을 받게 된 것.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캐시카우 핵심사업으로 매년 초고속 성장세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비전펀드는 닥치는 대로 투자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테마를 향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AI를 중심으로 군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AI를 중심으로 한 유니콘그룹 67개사를 구축한 상태다. 쿠팡도 얼마 전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비전펀드로 넘기면서 이 그룹에 포함됐다.

이때 소프트뱅크는10억달러 투자금보다 30% 낮은 7억달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려감을 키웠다. 가격을 낮춰 지분평가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쿠팡의 기업가치를 30% 낮춰 평가했다는 뜻이기 때문. 비전펀드가 기업가치가 떨어진 쿠팡의 지분매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비전펀드의 20억달러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당시 평가가 쿠팡의 적자 탓이 아니라 추가 투자유치를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받게 됐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소프트뱅크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그는 최근 결산실적발표회에서 “비전펀드가 2년 동안 AI를 중심으로 구축한 67개의 유니콘그룹은 일본에도 계속해서 조인트벤처라는 형태로 상륙해 나갈 것이다. 그것은 야후 미국에 우리들이 출자해 일본에 야후재팬이라는 형태로 조인트벤처로 상륙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전펀드를 소프트뱅크 사업에 추가함으로써 바로 ‘SoftBank 2.0’에 걸맞은 이익의 가속이 시작됐다”며 아마도 지금까지 소프트뱅크가 체험해 본 적 없는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쿠팡에 대해서는 “쿠팡은 한국에서 아마존에 상당하는 회사다. 한국의 E커머스에서 압도적 No.1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곳도 우리들이 이미 최대주주입니다만 더욱 그들을 강하고 깊게 백업해 나가고자 한다. 그들도 AI의 파워를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경영권 인수?···“더이상 투자 안받겠다” 입장 바꾼 김범석 대표 = 일각에선 손 회장의 투자 배경에 경영권 인수 속내가 담겨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추가 투자로 쿠팡의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소프트뱅크의 쿠팡 인수설은 지난 2015년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를 단행할 때부터 나돌던 소문이다. 쿠팡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 회장이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쿠팡을 인수·합병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1차 투자 당시 “더 이상 투자는 받지 않겠다”고 한 것도 높아지는 지분 투자율에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가 수 년 동안 나스닥 상장에 목을 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한 적자에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정성을 높게 평가받지 못해 상장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로 소프트뱅크(비전펀드) 측이 5조5000억원 밸류에이션에 3조 3000억원이 (60%가)넘는 지분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김범석 대표도 지분율 희석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더이상 투자를 받지 않고 상장을 성공시키겠다는 내부방침을 내놨다가 번복한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김 대표가 상장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적자는 해결 안되고 자본금은 바닥나고 투자 유치도 힘들어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쿠팡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개념이라고 봐야 맞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을 넘긴다는 계약 조항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전펀드의 투자 흐름을 보면 그룹에 속한 67개사 대부분이 최대주주로 언제든지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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