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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공정위, 조직혁신 약속 못믿겠다

[기자수첩]한심한 공정위, 조직혁신 약속 못믿겠다

등록 2018.02.27 15:02

수정 2018.02.27 15:12

주현철

  기자

한심한 공정위, 조직혁신 약속 못믿겠다 기사의 사진

“재벌개혁이나 갑을관계 해소나 새로운 산업시장질서 구축 등 못지않게 중요한 책임이 공정위 조직을 혁신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

지난해 7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정위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200일 남짓 지난 지금 공정위는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한두 번도 모자라 세 번씩 가습기 사건 피해자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무성의한 공정위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과거 한 차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고, 외압 논란까지 일며 불신을 받았다. 이후 공정위는 세 번이나 사건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결국 공정위는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인 만큼 재조사에 착수했고 7년 만에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종 결론은 총 과징금 1억3400만원이다. 당초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솜방망이 처벌마저도 공정위의 황당한 실수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공정위는 책임이 있는 SK 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지만, 이름만 같을 뿐 과거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는 회사에 처분을 내린 것이다.

법원에 비유하자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름을 바꿨는데 미처 모르고 선고를 동명이인에게 내린 셈이다. 이 탓에 검찰은 현재 상황에서 SK디스커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현재 공정위는 접수한 표시광고법 위반 고발요청서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 처분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4월 2일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실수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가뜩이나 부족한 검찰의 수사 시간을 빼앗은 셈이다.

공정위는 SK 디스커버리 측이 분할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궁색한 변명이다. 상장사인 SK케미칼 분할은 기업 공시인 만큼 언론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정위가 피해자를 생각했다면 이번 재조사야말로 성의를 다해 완벽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공정위발 사고는 미리 예견됐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인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 사건”이라며 “공정위의 고발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허리 숙여 사과한 김 위원장은 ‘공염불’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으며, 공정위는 재벌개혁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개혁 의지에 대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도 비판을 받고 있다.

담합을 자수하면 제재를 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가 기업들의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135억원대 정부 입찰 담합을 한 유한킴벌리에 과징금 2억11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납부하는 과징금은 ‘0원’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한킴벌리의 자수로 영세한 23개 대리점만이 3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다. 당초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리니언시 제도가 ‘갑’의 위치에 선 기업에 면책 사유를 주고, ‘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발표에서 유한킴벌리의 임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공정위가 기업들을 봐주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정위는 5명의 고발 내용이 보도자료에 누락된 건 실무자의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석연찮은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실무자에 대한 고발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유한킴벌리는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 감면요건을 충족해 고발이 면제되었다”고 답했다. 이어 “하위법인 감면고시가 사업자에 한정해 감면을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상위법인 법률 규정과 감면제도의 취지상 개인에 대하여도 감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공정거래법은 리니언시 처벌 면제 사실을 위법 당사자와 공정위 직원이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리니언시 담합 사건을 공표할 때 이상한 관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즉 리니언시로 처벌이 면제되지만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식으로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위 관행에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맞지도 않은 규정을 근거로 개인 고발을 하지 않으면서 보도 자료상에는 검찰에 고발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늦장 조치로 공소시효 및 손해배상 청구 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업무 관련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문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정위의 막강한 법 집행 권한인 전속고발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의 개혁 의지가 시늉에 그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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