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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개념도 못잡은 정부의 어정쩡한 규제

가상화폐 개념도 못잡은 정부의 어정쩡한 규제

등록 2017.12.14 16:16

수정 2017.12.14 16:28

주혜린

  기자

전면 금지 대신 관리···광풍 잡힐지 ‘미지수’관련 주식 종목들 동반 급등···투자자 “더오를 것”해외는 강력 규제 추세···청와대도 의견 엇갈려

비트코인 거래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비트코인 거래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정부가 내놓은 가상통화 규제 대책의 먹힐지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반신반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심각한 투기 과열에도 불구하고 ‘전면금지’ 조치가 아닌 일부 제한 수준에서 그친 만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정부가 규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가상화폐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부가 가상화폐와 관련된 관계부처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안을 내놨다. 발표에 앞서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강력제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일부 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앞서 법무부 내부에서는 아예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국내 거래만 금지키로 결정했다.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전면 규제보다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입장으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날 발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전면 거래금지란 초강경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단의 조치가 빠져 “규제가 아닌 육성안”이라고까지 상찬했다. 거래소 측은 ‘묻지마’ 투자와 무분별한 거래소 난립을 예방하기 위해 “규제가 진작에 도입했어야 했다”며 필요한 규제가 도입됐다는 반응이다.

투자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이 건전해져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인정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가격 정보를 보면, 긴급 정부 회의가 열렸다고 알려진 오전 10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900만원대에서 179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책이 아니라는 소식이 알려진 오후 시간대에는 다시 1870만원대로 반등했다.

정부의 긴급대책 발표 다음 날인 14일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주식 종목들이 동반 급등하고 있다.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규제가 전면 금지보다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9시25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SCI평가정보[036120]는 전 거래일보다 24.60% 오른 54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종목은 전날 오전까지 하락하다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대책 발표가 나온 뒤 반등해 상한가로 마감했다. SCI평가정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100% 출자 방식으로 개설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다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 논의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다른 관련주들도 전날에 이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사업체 지분을 가진 비덴트[121800](14.02%)을 비롯해 SBI인베스트먼트[019550](9.76%), 옴니텔[057680](9.04%), 디지탈옵틱[106520](6.96%), 제이씨현시스템[033320](6.32%), 한일진공[123840](5.99%) 등이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투기과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력 처방을 내리지 못한 것은 가상화폐 기반기술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론상 보안이 완벽한 전자장부로, 차세대 보안기술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거래 및 유통과정에서 쌓이는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기술개발이 위축될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면 금지는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의 대책은 아쉽다는 평가가 우세적이다. 가상화폐의 시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번 대책으로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가라앉을지도 미지수다.

전 세계 국가들은 우리와 달리 비트코인 광풍이 계속되자 강력한 규제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지난달에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역시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여전히 정부가 가상화폐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상화폐의 본질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정도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매한 규제는 오히려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작전세력 등이 시세조종을 할 가능성도 있어 걱정된다”면서 “가상통화 투기 부작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지속 시정하면서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발표를 앞두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주로 민정과 금융라인이 규제에 찬성을, 산업 및 과학기술 계통이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과 질서, 국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쪽은 규제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산업과 관련된 수석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술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규제에 반대하는 쪽이 많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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