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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처럼 돌아가는 운항···육상과의 협업이 관건

[현대상선 포스호 승선기] 톱니바퀴 처럼 돌아가는 운항···육상과의 협업이 관건

등록 2017.11.30 09:48

임주희

  기자

입출항 시 육상과의 협업 통해 시간 단축 VSAT 설치·화물 선적 결정 등 발빠르게 대응 안전·비용 절감·정시성 최우선으로 둬 2020년, 새로운 기회···선박 확대 절실

현대상선 포스호가 항해 중이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현대상선 포스호가 항해 중이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컨테이너선 운영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협력 체체로 운영된다. 특히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육상과 해상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간다”(이재호 선장)

지난 23일 오후, 현대상선 포스(Forec)호에서는 출항 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항인 부산항에서 해기사들은 42일간의 항해를 위해 장비와 컨테이너 선적 작업, 운항 일정을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포스호는 ‘길이 339.6m, 너비 45.6m, 높이 24.6m’로 갑판 넓이는 축구장 1개 반이 들어가는 크기다. 화물적재량은 8540TEU(TEU :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포스호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일렬로 세우면 54km가 된다. 약 서울과 안성까지의 거리다.

포스호가 투입된 항로는 CIX(China India Express)로 광양-부산-상해(중국)-닝보(중국)-심천(중국)-싱가폴-포트클랑(말레이시아)-나바계바(인도)-문드라(인도)-카라치(파키스탄)-포트클랑-싱가폴-홍콩 구간을 운항한다.

하지만 이번 항차에서는 광양항에서 선적할 물량이 발생하면서 당초 광양-부산 순서가 뒤바뀌었다. 이로 인해 선원들은 더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상선 포스호,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현대상선 포스호,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김태은 1등 항해사는 “해외에서 선박 자체에서 수리가 불가능한 것들을 부산에서 많이 고치는데 이번에 노선이 바뀌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항차에선 실어야 할 컨테이너도 많았다. 이 선장은 “부산항에서 출발하는데 5000개 정도 선적했다”며 “비수기인데 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포스호는 24일 오전 1시 출항 예정시간을 훌쩍 넘은 3시께 부산항을 떠났다. 출항이 늦어진 이유는 해상용 초고속 위성안테나 VSAT 설치 탓도 있다. 현대상선은 향후 IoT(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스마트쉽(Smart Ship) 도입을 위해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올 연말까지 현대상선 컨테이너 선대(Fleet)에 VSAT를 설치할 예정이다.

출항이 임박해 오자 브릿지에선 긴장감을 흘렀다. 출항 시간을 넘긴데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화물이 선적되면 지체없이 출항해야 다음 기항지 도착일을 맞출 수 있다.

“올 스테이션 올 스텐바이 (All station All standby)”

오전 2시40분께 선내에 울려퍼진 소리에 맞춰 선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재호 선장과 도선사는 입출항 배를 확인하고 선내 불을 모두 껐다. 빛을 낼 경우 다른 배들이 포스호를 보지 못해 사고가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앞 배와의 거리는 불과 75m. 도선사와 선장은 포스호를 제자리에서 돌려 출항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180도를 돈 포스호 위에서 도선사는 부두까지 배를 이끌었다. 도선사가 조타 방위를 말하자 항해사들은 이를 재창하며 수행했다. 오전 3시 40분께 도선사가 하선을 위해 짐을 챙겼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광양항 도착까진 7시간, 바다는 잔잔했다.

선상에서 맞은 아침은 고요했다. 불과 몇 시간전만해도 전운이 감돌았던 브릿지는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돼 있었다.

광양항으로 향하는 포스호,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광양항으로 향하는 포스호,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이날 포스호는 광양항의 요청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늦게 도착했다. 오전 7시 포스호는 욕지도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연안 이동의 경우 선내에서도 전화와 모바일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느려지던 통신은 곧 끊겼고 오전 11시 여수신항 근처에 다다르자 활성화됐다.

낮 시간에 이뤄지는 입항은 야간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도선사와 선장간 담소가 이어졌고 밝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광양항 규모가 작다보니 부산항 출항과 달리 짧은 시간에 입항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재호 선장은 “광양항 요청으로 속도를 낮춰 왔다”며 “아직 상해항에서 일정을 안준 상황이다. 접안 후 출항 시간을 보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해항의 경우 광양이나 부산과는 달리 양쯔강(장강)을 5시간 가량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접안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수심이 깊지 않아 물 때를 맞춰가야 하는 애로사항도 있다.

광양항에 접안하자마자 VSAT 설치를 위한 직원들이 승선했다. 포스호는 이번 항차에서 VSAT 설치 및
테스트를 진행, 이후 보완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그 사이 이 선장은 상해항 까지 거리를 측정해 가장 경제적인 속도를 도출했다. 이 선장은 “11노트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상해항에 일찍 도착할 경우 항비와 불필요한 연료비가 발생한다. 속도를 2배 올릴 경우 연료 소모는 8배 이상 증가한다. 때문에 일정이 정해지면 최적의 속도를 계산해 맞춰 간다”고 설명했다.

포스호 메인엔진 상단,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포스호 메인엔진 상단,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포스호 메인엔진은 10만8900마력이다. 디젤 엔진으로는 세계 최대 마력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해도 컨테이너선의 특성은 빠르고 정확하게 화물을 전달하는 것을 경쟁했기에 엔진의 힘이 중요했다. 하지만 경제성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엔진의 마력은 큰 매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광양항에서 1000TEU를 내린 후 300TEU를 실은 포스호는 25일 자정 상해항으로 향했다.

하루 간격의 입출항으로 피로감을 느꼈던 해기사들은 상해로 이동하는 기간 업무를 수행하며 휴식을 취한다. 휴식이라고 해도 온전하지 못하다. 특히 항해사들은 항해 당직을 서는 4시간 동안에는 다른 업무를 볼 수 없다. 때문에 당직 외 시간에 휴식과 기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승선 3일 차, 눈으로만 바라보던 갑판으로 나갔다. 갑판은 사람이 아닌 화물 적재를 위해 최적화 된 공간이다. 때문에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화와 안전복, 안전모 착용이 필수다. 갑판 곳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소방 장치들이 설치돼 있었다.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탈출을 위한 도구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고정돼 있는 컨테이너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고정돼 있는 컨테이너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흔들리는 배 위에서 컨테이너는 흔들림 없이 견고한 성처럼 켜켜히 쌓여있었다. 이는 각종 고정장치 덕분이다. 컨테이너 네 모퉁이에는 개당 25톤을 견딜 수 있는 고정 장치가 설치된다. 여기에 추가 고박 장치로 흔들림을 방지한다. 또한 무거운 컨테이너는 아래, 가벼운 컨테이너는 위에 배치한다. 컨테이너 배치는 육상에서 1차 결정하면 1항사가 검토해 배의 컨티션에 따라 재배치한다.

컨테이너 고정 장치.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컨테이너 고정 장치.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포스호는 초대형선박인 2만TEU에 비하면 채 절반도 안되는 규모다. 하지만 갑판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갑판에 이어 컨테이너선의 심장인 기관실을 찾았다. 가장 먼저 본 메인엔진 조정실에는 선내 모든 기계를 조정 가능한 리모콘과 함께 4대의 발전기가 배치돼 있었다. 기관실의 경우 갑판에 비해 규모가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였다. 안전상 공개된 곳을 둘러보는데도 금세 더위를 느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자 금세 숨이 차올랐다.

배전반,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배전반,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선내 모든 기계는 기관사들이 담당한다. 1등 기관사는 메인엔진 등 주기관을, 2등 기관사는 기관실 연료유, 메인엔진과 본선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 4대를 맡는다. 3등 기관사들은 보일러와 각종 보조기기, 조수기 등을 담당한다. 1인 당 크게 분류하면 5~6개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만은 부속품을 관리한다.

방종문 기관장은 “선원은 많은 특성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무한 책임이다”라며 “배의 모든 기기를 하선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고장날 경우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수리해 운항 상태를 만들어 놔야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메인엔진을 맡고 있는 노부럼 1등 기관사의 부담은 적지 았다. 그는 “메인엔진이 1개라 늘 걱정된다”고 말했다. 항해 중 고장 날 경우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견학 동안에도 기관사들은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상여부를 확인했다.

선내를 둘러보는 동안 상해항에서 입항 일정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하선 일정은 월요일인 27일 오전으로 일요일에서 하루 미뤄졌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3일간 크게 느껴지지 않던 배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침대와 벽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렸고 깊은 잠을 자기 힘들었다. 익숙치 않은 환경이기에 선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이 선장은 “과거 해기사들의 업무 환경이 막장보다 더 열악하다는 연구가 있었다고 한다”며 “한국의 수출물량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열정도 필요하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그래도 고독한 존재”라고 말했다.

새로 설치된 VSAT,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새로 설치된 VSAT,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이날을 제외하고는 선상에서 생활은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소통 부재에 따른 답답함이 밀려왔다. 24시간 누구하고든 연락이 가능한 삶에 익숙하다 단절된 상황에 놓이니 하선이 절실해졌다. 상해항에 접안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선원들의 경우 각 나라별 유심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상에서는 늘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 때문에 VSAT 설치는 선원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존재다.

육상의 경우 메신저를 통해 업무 내용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식사 시간이 또다른 회의 시간이다. 각자의 업무로 바쁜 이들은 식사 시간에 한 자리에 모여 현재 상황을 체크했다.

이 선장은 “과거에는 회식도 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기항지가 늘어나면서 업무 처리에도 바쁜 상황”이라며 “식사 시간에도 일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6일, 드디어 상해항에 입항하는 날이다. 하지만 상해항에 접안하기 위해선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국 도선사가 도착했지만 긴장감은 크지 않았다. 날씨도 나쁘지 않았고광양항에서부터 걱정됐던 바람도 잦아들었다. 안개도, 어선도 적었다.

이재호 선장이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이재호 선장이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상해항의 경우 전세계 선사가 이용하다보니 도로 위 차처럼 배들이 줄지어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과 가까워질 수록 주변의 배의 수는 증가했다. 상해항의 규모는 상상이상이었다. 포스호 규모의 배 수십척이 동시 접안 작업이 가능해 보였다.

레이더 상에 선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레이더 상에 선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오후 4시 40분께 선내에 접안을 위한 스탠바이 방송이 울렸다. 밝은 대낮이었지만 브릿지에는 부산항 출항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흘렸다. 육안으로 봐도 포스호 앞에는 다양한 크기의 배가 50~60대 보였다. 배의 옆과 뒤편까지 고려한다면 100여척이 넘는 배에 둘러쌓여 있는 모양새였다. 레이더 상에는 참깨를 뿌린 듯 배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포스호 가까이 지나가는 선박,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포스호 가까이 지나가는 선박, 사진=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작은 규모의 배들은 바로 옆을 지나가 아찔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워낙 배가 많다 보니 도로 위 끼어들기 처럼 끼어드는 배가 적지 않았다. 도선사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더니 무전기와 핸드폰 등을 번갈아 들며 교신했다. 도선사의 지시사항은 10초, 20초 단위로 바뀌었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중국 도선사는 배를 돌려 접안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수 척의 배가 포스호 앞과 옆을 지나갔다. 일부 배들은 포스호에 실린 컨테이너에 가려 보이지 않기도 했다.

오후 5시 30분께야 접안 작업이 완료됐다. 포스호가 접안하자 곧바로 컨테이너선 하선 작업이 이뤄졌다.

승선 마지막 밤, 이 선장에게 현대상선이 생존 위해 준비 중인 2만TEU급 초대형선 발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현재 현대상선이 가진 최대 사이즈의 배는 1만3100TEU급이다.

이 선장은 선대 확대는 필수라며 2020년 선박 환경 규제가 이뤄지기 전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규제가 이뤄지면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더 경제적”이라며 “연료를 줄이고 많은 화물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화주가 부담하는 이산화탄소 책임도 줄어들게 된다. 서로 윈윈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장은 “현재 어떤 배를 만들 것인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발주가 나와야 2020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2M과의 계약 기간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어야 글로벌 해운업에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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