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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7-06-16 15:53

‘말 걸지 말아주세요’…유통업계, 침묵의 배려 뜨나?

이니스프리·올리브영 등 “손님 요청 있을 때만 도움”

이니스프리 종로점 입구에서 입장 전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도움이 필요해요' '혼자볼게요' 바구니. 사진=이니스프리 제공

화장품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매장에 진입한 손님과 이를 맞는 직원 사이의 ‘침묵’이 하나의 약속된 ‘배려’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검색 등으로 사전 정보를 갖고 구매에 나서는 소비계층이 늘어나면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진 매장 직원이 다가가지 않는다는 게 화장품 판매점을 중심으로 암묵적 룰이 된 모습이다.

국내 유통 업계 중 이러한 특성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공식화한 게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다. 이니스프리 일부 매장 입구엔 ‘혼자볼게요’라고 적힌 바구니가 있는데 이를 가지고 매장에 들어선 고객에겐 직원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거나 따라다니지 않는다.

반대로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든 손님에게는 직원이 먼저 다가가서 제품을 추천하거나 피부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화장품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이니스프리의 이런 고객 응대 방식은 지난 2016년 8월에 처음 도입돼 5개 매장에서 시범 테스트를 거친 이후 현재 대학로 직영점을 포함한 총 40개 매장에서 실행 중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고 국내외 SNS에서 화제가 돼 지금은 더 알려졌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예전에는 고객들한테 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하기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런 갈등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는 이니스프리 강남 직영점 매니저가 제안한 것을 회사가 받아들여 현장에 적용했다.

손님과 직원간 ‘침묵의 배려’는 국내 대표 ‘헬스 앤 뷰티’ 매장으로 꼽히는 올리브영에서도 공식화돼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직원의 고객 응대 대응 매뉴얼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라고만 말하고 따로 먼저 다가가거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 있다”며 “매장 시작 자체부터 이어진 현장 직원들과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헬스 앤 뷰티 매장인 롭스의 관계자도 “저희도 직접 고객에게 다가가서 안내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고객이 직원한테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만 응대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시대가 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무조건 환한 얼굴로 다가가 인사하고 구매할 때까지 조곤조곤 설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피부 성향에 따라 직접 발라보고 구매해야 하는 화장품 판매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그냥 지나가다 들어온 고객이 아닌 이상 이미 어떤 제품을 사겠다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사전 정보를 검색해서 방문하거나 주변인한테 정보를 듣고 온다”며 “그런 상황에서 점원이 다가와 말을 걸거나 여러 제품을 추천하는 것은 고객한테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도 저 손님한테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일 때가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적절한 선에서 친절이 뭔지 재적립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도 ‘침묵의 접객 서비스’로 불리는 이러한 서비스가 유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쇼핑백이 일부 매장 입구에 비치됐으며 최근엔 이러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택시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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