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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에 밀린 ‘돌아저씨’··· 2인자의 강력 펀치

‘태양의 후예’에 밀린 ‘돌아저씨’··· 2인자의 강력 펀치

등록 2016.03.29 06:00

이소희

  기자

휴먼·사랑·웃음 모두 잡았다
독특 콘셉트에 탄탄 연기력 뒷받침

사진=SBS사진=SBS


드라마 흥행은 프로그램의 편성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품성과 연출, 배우 등 여러 가지 요소는 물론이고, 경쟁작에 따라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할지 혹은 빛을 보지 못할지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4일 SBS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현주연, 연출 신윤섭 이남철, 이하 돌아저씨)와 KBS2 ‘태양의 후예’가 첫 방송되며 수, 목요일 안방극장을 책임지게 됐다.

대중이 열광하는 러브라인과 전쟁터 속 사랑이라는 콘셉트를 내민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 사이 ‘돌아저씨’는 5% 미만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어마어마한 차이지만 그래도 ‘돌아저씨’는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제치고 2위를 기록 중이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태양의 후예’ 이슈에 묻힌 ‘돌아저씨’의 숨은 매력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돌아저씨’ 역시 2인자만의 강력한 한 방을 지니고 있다.

사진=SBS사진=SBS


◆ 죽음과 역송, 독특한 콘셉트 활용

‘돌아저씨’는 저승에서 만난 두 사람 김영수(김인권 분)과 한기탁(김수로 분)이 다시 현세로 돌아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죽음과 역송이라는 특이한 콘셉트가 돋보이며, 죽었던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다는 설정은 흔치 않다.

이는 빠른 전개 속도로까지 이어진다. ‘돌아저씨’는 1회 만에 주인공 영수와 기탁이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의 예고편이었다. ‘돌아저씨’는 2회부터 천천히 죽음의 슬픔과 환생에 대한 본편을 풀어나가고 있다. 자칫 유치하거나 너무 무거워져 버릴 수 있는 위험을 잘 이겨내고 있는 상태다.

‘돌아저씨’는 현세로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복수와 정체 발설은 금지돼 있다. 뭐든지 가능할 것 같았던 계획은 자꾸만 틀어지며 현실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린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죽음의 섬뜩함과 역송의 허무맹랑함을 별 다른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 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사진=SBS '돌아와요 아저씨' 화면 캡처사진=SBS '돌아와요 아저씨' 화면 캡처


◆ 가족과 사랑, 그리고 웃음

‘돌아저씨’는 연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가족의 정과 애틋함을 그려내며 폭 넓은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우선 전직 조폭이었던 기탁과 톱 여배우 송이연(이하늬 분)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고, 제대로 된 사랑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하게 됐다. 기탁은 이연을 밀어내면서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사랑했다. 죽음 뒤 환생을 해서도 이연의 곁을 지키며 수호천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기탁과 속으로는 기탁을 끔찍이 사랑하는 이연의 애틋함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영수는 선진 백화점의 과장이었다. 평생 을(乙)의 입장으로 가장의 짐을 짊어진 채 힘겨운 삶을 살았다. 일에 사람에 치이면서도 아내 신다혜(이민정 분)와 딸 김한나(이레 분), 아버지 김노갑(박인환 분)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소박한 꿈을 지닌 영수다. 환생 후에도 역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영수의 모습은 가족의 소중함과 힘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며 오열하는 모습은 모두를 눈물짓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축 처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돌아저씨’는 뭉클함과 감동 사이 곳곳에 웃음을 집어 넣었다. 이야기 자체가 유머러스하기 보다 소소한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이다. 간혹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센스 넘치는 대사 등은 진지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런 적절한 타이밍은 조화로운 연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SBS '돌아와요 아저씨' 화면 캡처사진=SBS '돌아와요 아저씨' 화면 캡처


◆ 극강 멜로 대신 女女- 男男케미

국내 드라마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멜로다. 배경이 전쟁터든 해외든 달콤한 로맨스는 존재하며 대부분 스토리의 밑바탕은 사랑이 깔려있다. ‘돌아저씨’의 이야기도 사랑이 기반이긴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핑크빛 사랑 대신 동성간의 케미 또한 뒤지지 않게 돋보인다.

극중 이연을 사랑하는 기탁은 한홍난(오연서 분)으로 환생, 조폭에 몸 담았던 우락부락한 상남자에서 완벽한 비주얼의 여자로 변신했다. 홍난은 이연이 힘든 일을 당할 때마다 곁에서 늘 위로해주고 위기에 빠질 때마다 앞장서 구해준다. 이연은 홍난과 함께 지내며 차츰 마음을 연다. 가끔 홍난은 여자의 모습으로 이연을 보며 설레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눈빛은 이상할 것이 없다.

‘돌아저씨’에는 남남케미도 존재한다. 바로 죽음을 맞이한 영수와 기탁이 그 주인공. 환생 후 벌어지는 일이 주된 축이기 때문에 영수와 기탁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종종 환생 전 모습과 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생각보다 힘든 환생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서로 도와 일을 해결하는 등 영수와 기탁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한다. 서로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뽀뽀를 하는 장면 등에서는 웃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사진=SBS사진=SBS


◆ 한 몸인 듯 착 달라 붙은 연기들

아무리 흥행 요소를 갖췄다고 해도 가장 기본인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완성도는 대폭 하락한다. ‘돌아저씨’는 앞선 요소들과 함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더해져 극의 몰입을 높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오연서다. 남자, 그것도 조폭의 환생을 연기해야 하는 오연서는 여자의 몸이 낯선 상남자를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오연서의 연기에는 내숭이 없다. 여배우로서 이미지를 내려 놓고 “스타킹이 엉덩이에 끼어서 입기 싫다”고 거침 없이 말하며 “어이” “이 형님이 말야”와 같은 말투를 구현한다. 목소리는 일부러 굵은 저음으로 내며 행동 또한 터프하다. 처음에는 낯선 연기에 멈칫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감탄을 하게 된다.

오연서는 제작발표회 당시 “환생 전 모습인 김수로와 어떻게 똑같이 보일지 고민했다”며 그의 웃음과 손짓 등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음을 밝혔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도 기존 모습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오연서의 연기에는 여자가 남자인 척 하는 어색함이 없다. 이연을 향한 절절한 눈빛이 낯설지 않은 것 또한 이 덕분이다.

이 외에도 정지훈은 코믹연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할겨 안할겨” “그랬슈”와 같은 사투리는 약간 어색하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된다. 그러면서도 정지훈은 아버지 혹은 가장, 아들로서 감정연기 또한 해내고 있다. 이민정은 매 회마다 눈물을 흘리지만 어머니 특유의 억척스러움, 고집, 단호함 등을 잘 표현한다. 아역 이레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속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감초 라미란은 극의 활력소 역할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돌아저씨’의 진짜 매력이 더 빛날 수 있는 이유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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