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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이지아,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뷰]‘무수단’ 이지아,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등록 2016.03.14 09:13

이이슬

  기자

이지아 / 사진=이수길 기자이지아 / 사진=이수길 기자


이지아가 화장을 지우고 위장크림을 발랐다. 첫 스크린 도전은 그러했다.

실제로 마주한 이지아는 생각보다 훨씬 가녀리고 아름다웠다. 실물이 예뻐 놀랐다고 인사를 건네자 호방하게 웃어넘기는 이지아였다. 예쁜 이목구비와는 다르게 이지아는 상당히 털털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이지아는 어려운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을 내놓다가도 이내 털털한 웃음으로 솔직한 대답을 이어갔다.

이지아 인터뷰를 앞두고 걱정됐던 것은 사실이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혹시 낯을 많이 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실제로 만난 이지아는 많이 소탈했다. 웃음도 많았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꺄르르 웃는 모습은 마치 소녀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이지아는 “영화 재밌게 보셨냐”라고 물으며 작품 반응을 살폈다. 이지아는 “떨리고 긴장된다”고 말하며 물을 들이켰다. ‘이 배우, 사랑이 많구나’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지아는 영화 ‘무수단’(감독 구모)에서 강렬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화장 대신 위장크림을, 하이힐 대신 무거운 군화를 신고 스크린을 노크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배우가 자신을 군복 뒤로 숨고 배역을 입은 것이다.

“중요한 사건에 투입되는 여자 장교가 멋있었어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시나리오가 흥미로웠죠. 여자 장교라니 멋지지 않나요? 또 언제 이런 배역이 들어오겠어요.(웃음) 단 하루 만에 결정했죠. 사실 쿨하게 결정하고 나서는 고민도 됐어요. 한 여름 촬영인데 어쩌나 싶었죠. 작품을 결정하는데 심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시지만 저는 즉흥적인 편이에요. 뭐 하나에 꽂혀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한 적도 있어요.”

‘무수단’ 이지아,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기사의 사진


이지아는 정말 쿨하고 단순했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오래 걸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지아처럼 앉은 자리에서 결정한다. 이지아는 즉흥적으로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지만, 그가 작품을 선택해온 행보는 매우 신중해보였다. 일각에서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고수하는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2013)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이지아였기에 ‘무수단’은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다작을 하고 싶어요.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다작을 하고 싶다고 모두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작배우들이 부럽기도 해요.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은 많아요. 여성스럽거나 과하게 코믹한 배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계속 진지한 작품에서 심각한 연기를 많이 했어요. ‘무수단’에서도 그랬죠.”

이지아가 ‘무수단’에 끌려 단숨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데는 매력적인 배역이 큰 몫을 했다. 이지아는 자주적인 캐릭터다. 군인은 남자라는 편견을 부수고 여성 군인이자 장교로 남자 부하들을 호령한다. 스토리 역시 이지아가 이끌어간다. 이런 점을 짚어내자 이지아는 크게 공감했다.

“배역에 끌렸어요. 사건에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비무장지대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그런 역할에 크게 매력을 느꼈어요. 군복이 주는 이상한 자신감도 느꼈어요. 군복을 입으니 자세부터 달라지더라고요. 어깨가 딱 벌어지면서 뭐든지 할 수 있겠고요. 또 장교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적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몸이 힘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않으려 했죠. 구르라면 뛰었죠.”

이지아는 ‘무수단’에서 홍일점이다. 남자 군인들 사이에서 이지아는 여자 군인으로 분하며 거침없는 액션도 소화한다. 문득 데뷔작인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가 떠올랐다.

“남자들 사이에서 혼자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죠. 여리여리해 보이거나 혼자 따로 놀면 눈에 튈 것 같아서 걱정했어요. 잘 어우러졌다는 반응에 감사하죠. ‘태왕사신기’ 때도 액션 장면만 만나면 욕심을 냈어요. 액션 연기와 장르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장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있죠.”

한 여름, 실내에서 촬영하는 것도 힘든데 ‘무수단’은 깊은 산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동네 뒷산 정도의 퀄리티가 아닌 고요하고 적막한 배경이 요구되었다. 이지아는 산 속에서 그것도 군복 차림으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촬영 도중 실신하기 까지 했다.

“촬영을 하면서 후회도 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왜 이런 걸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나니까 정말 보람되었죠. 한 번은 뱀 만큼 거대한 지렁이들이 바글거리는 장소에서 촬영을 했는데, 감정에 몰입하느라 전혀 몰랐어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요. 생각해보니 조금 꿈틀거린 것 같기도 하고.(웃음) 다들 제 감정 깨질까봐 배려해주셨던 거 였어요.”

‘무수단’ 이지아,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기사의 사진



이지아는 뜻 밖에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털털하고 재치 있는 언행 덕에 주변에서 여배우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는 이지아는 기회가 되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끼를 발휘하고 싶다고.

“기회가 되면 예능프로그램에 꼭 나가고 싶어요. 주변에서 ‘넌 예능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생각보다 방송에 많이 나오지 않아서 제 성격을 오해하고 계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상당히 허당이고요, 먹방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애청자에요.”

이지아는 스크린 컴백을 앞두고 시사회, 홍보 인터뷰, 라디오 출연 등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지아는 대뜸 행복하다는 말을 꺼냈다.

“영화 홍보하며 많은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제가 숨을 이유가 없잖아요. 저도 제가 너무 편해서 행복해요. 편하게 이것저것 하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편하게 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요. 저 좀 오래걸렸죠?(웃음)”

이지아는 좋아하는 배우로 영화 ‘캐롤’에 케이트 블란쳇을 꼽았다.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민 이지아의 연기 인생은 어쩌면 이제 시작이 아닐까.

“케이트 블란쳇의 변신은 항상 흥미로워요. 정말 동경하는 배우죠.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꿈이에요. 못생기게 나와도 좋아요. 다른 캐릭터로만 다가가면 성공하는 게 아닐까요. 영화의 첫 번째 관문에 서있어요. 그래도 평가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게 아닐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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