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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월 국내 박스오피스 ‘최악의 韓저 현상’

[2015 상반기 영화] 1~6월 국내 박스오피스 ‘최악의 韓저 현상’

등록 2015.06.12 06:00

김재범

  기자

 1~6월 국내 박스오피스 ‘최악의 韓저 현상’ 기사의 사진

올 상반기 최고 키워드는 ‘美고 韓저’의 뚜렷한 현상이다. 한동안 할리우드조차 범접하기 힘들던 국내 영화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이 최악으로 치달은 시기다. 6월까지 200만을 넘긴 한국영화가 단 4편에 불과한 현실은 단순한 흥행 부진을 원인으로 내세우기엔 문제점이 너무 커 보인다. 반면 ‘어벤져스2’의 1000만 돌파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샌 안드레아스’ 등 월별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할리우드 영화가 점령했다. 韓영화 르네상스는 이미 막을 내린 2015년 국내 상반기 영화계다.

◆ 韓영화 흥행 ‘가뭄’···“단비는 언제쯤”

6월 첫 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는 대략 45편 가량 된다. 이 가운데 올해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넘긴 영화는 단 4편에 불과하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387만명) ‘스물’(304만명) ‘강남 1970’(219만명) 그리고 현재 상영 중인 ‘악의 연대기’(216만) 뿐이다. 특히 이들 네 편 가운데서 ‘강남 1970’은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했다. 올 상반기 개봉 한국영화 가운데 문자 그대로 손해를 막은 영화는 단 세 편뿐이란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12월 개봉한 ‘국제시장’ 이후 뚜렷한 ‘화제작’이 없었단 점이 가장 크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화제작 가운데 눈에 띄는 대작은 ‘조선명탐정2’가 거의 유일할 정도다. ‘조선판 색계’를 표방한 ‘순수의 시대’가 예상 밖으로 2월 비수기 시즌에 개봉하면서 흥행 참패를 당한 것도 한국영화의 침체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이 시기에 함량 미달의 기획성 한국영화가 대거 쏟아지면서 관객들의 기대감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 것도 한 몫 했다. 비수기 시즌 ‘단타 흥행’을 노리고 개봉한 영화라지만 영화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너무도 모자랐다. 결국 영화팬들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 대기 중이거나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막대한 스케일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5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가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이른바 ‘볼 영화만 보자’는 식의 관객 선택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기도 했다.

◆ 韓영화 추락, 외화 고공행진 ‘대비’

올 상반기 외화 흥행 강세의 포문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대박부터다. ‘순수의 시대’와 맞대결을 펼친 영국판 스파이 액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흥행을 점치는 이들은 크게 없었다. 할리우드 스타일에서 벗어난 영국식 위트 여기에 동양적인 무술을 가미한 낯선 서양 액션은 분명 교과서적인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있었다. 더구나 ‘007 시리즈’에 길들여진 국내 스파이 액션 마니아들에겐 ‘킹스맨’의 가벼움은 괴리감이 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킹스맨’은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킹스맨’의 흥행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루저 성공기’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 ‘에그시’가 걸출한 귀족 집안 자제들을 이기고 끝내 ‘킹스맨’이 된다는 스토리는 일종의 남성판 신데렐라를 꿈꾸게 만드는 요인이다. 두 번째는 낯선 서양 액션 영화 속에서 춤추는 듯한 아크로바틱 스타일의 동양 무술 액션이다. 국내에선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불리던 콜린 퍼스의 무차별 액션 시퀀스, 한국계로 알려진 소피아 부텔라의 ‘칼발 액션’은 기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총천연색으로 표현한 ‘헤드 밤’ 장면은 피칠갑에 피로감을 느끼던 여성 관객들까지 끌어 들였다.

‘킹스맨’이 막을 내리자 카체이싱의 진수를 담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할리우드 카체이싱의 교본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무려 7편까지 나올 정도로 그 인기가 막강했다. 특히 이번 영화 촬영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주인공 고 폴워커의 생전 마지막 유작이란 점은 팬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올 상반기 최강 흥행작은 누가 뭐래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다. 마블이란 프리미엄과 전 세계 극장가의 흥행 불패 신화를 이룩하고 있는 히어로 무비란 점, 특히 국내 촬영분이 대거 포함된 시퀀스는 국내 ‘마블 마니아’들의 필수 관람 무비로 자리했다. 개봉 전 무려 98%에 육박하는 사전 예매율로 싹쓸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선 마블 최초의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상반기 할리우드 강세의 마침표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찍었다.

무려 30년 만에 등장한 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이번 영화는 원작을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간결한 스토리에 비해 여러 의미를 담은 함축적인 묘사와 기괴한 캐릭터들의 향연, 특히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넘어서는 카체이싱의 압권이 걸작이란 칭송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6월 국내 박스오피스 ‘최악의 韓저 현상’ 기사의 사진

◆ 韓영화 흥행 성적 바닥권 왜?

일반적으로 매월 혹은 주차별로 개봉하는 신작의 경우 한국영화와 외화의 흥행 경쟁이 이뤄져 왔다. 엎치락뒤치락 이어지던 판세가 완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것이다. 이유는 올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의 구태의연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최악의 흥행력을 선보인 한국영화들을 보면 그동안 인기를 끌던 장르의 답습, 혹은 19금 노출에 기댄 마케팅, 이것도 아니면 스토리는 사라진 배우들에게만 기댄 안일한 기획, 그것도 아니면 부가판권을 노린 듯 한 저질의 완성도가 전부였다. 관객들이 원하는 지점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라본 지점이 전혀 달랐던 차이는 결국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살인의뢰’ ‘순수의 시대’ ‘위험한 상견례2’ ‘내 심장을 쏴라’ ‘연애의 맛’ ‘검은손’ 등이 관객과 영화 제작진의 관점 차이에서 온 최악의 결과물들이다. 반면 올 상반기 개봉작 가운데 유이하게 누적 관객 수 300만을 넘긴 ‘조선명탐정2’의 경우 속편의 흥행성을 담보로 한 점과 김명민 오달수 콤비의 열연이 돋보였으며, ‘스물’은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세 청춘스타의 팬덤 및 신인 이병헌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넘친 구성력으로 흥행을 보장받았다.

한국영화의 참패와 할리우드 영화의 초강세로 이뤄진 올 상반기 흥행 코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올 하반기도 이를 답습한다면 당분간 암흑기는 게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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