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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눈물

[기자수첩]조양호 회장의 눈물

등록 2015.01.06 18:03

수정 2015.01.06 18:05

정백현

  기자

조양호 회장의 눈물 기사의 사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새해 들어 임직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었다.

조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낭독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과 고객, 임직원 여러분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전한 뒤 고개를 90도로 숙여 임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남은 신년사 원고를 다 읽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연단을 내려왔다. 남은 신년사 원고는 지창훈 총괄사장이 대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눈물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그의 눈물에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못난 아버지이자 윤리 경영을 실천하지 못한 오너로서 반성과 회한의 의미가 담겨있다. 지난 과오를 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혁신을 기하겠다는 각오의 눈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눈물에 대해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일은 단순히 눈물을 흘리고 반성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조 회장의 눈물에 분노가 담겨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조 회장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조 회장과 대한항공이 백지에서부터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트럭 몇 대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겸손과 신의로 오늘의 한진그룹을 일군 정석 조중훈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거듭난다면 국민들도 비로소 조 회장이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때는 최근의 호된 질책이 되레 무관심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판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본사 곳곳에 부착된 ‘Begin Again(다시 시작하자)’이라는 연중 캠페인 포스터의 뜻 그대로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이 새롭게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희망해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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