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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기자
등록 :
2014-07-28 18:07

수정 :
2014-07-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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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무비게이션] ‘해무’가 만들어 낸 괴물의 끔찍한 두 얼굴

‘바다 위에 끼는 안개’처럼 영화 ‘해무’(海霧)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극한의 상황 속에 내 몰린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잔인’하고 ‘냉정’하리만치 무심한 ‘시선’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해무’는 습한 바다 위 축축한 안개 속 그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감정의 습도가 너무도 건조하다. 인간 본성의 끝바닥이 어디까지 떨어지는 지 그리고 그 감정의 끝이 얼마나 순간적으로 바닥을 드러내는지, 그 계기가 결국 환경이 만들어 낸 괴물의 또 다른 이면이란 점에서 ‘해무’는 강렬함을 넘어선 그 무엇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무섭고 그 이면을 알 수 없는 ‘해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딱 맞닿아 있다. 그래서 건조하고 순식간에 변하며 그 온도 역시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 최고 흥행 파워를 자랑하는 봉준호 감독이 첫 기획을 맡고 ‘살인의 추억’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의 첫 상업 데뷔작이란 점에서 우선 ‘해무’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무가 몰려오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카피에서처럼 ‘해무’는 스토리의 변곡점이 순식간에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해무’의 전반적인 느낌이 건조한 톤으로 일관된 것일 수도 있다. 관객들에게 동정을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빠른 감정 톤 변화가 몰입감을 저하시키지는 않는다. 봉준호의 기획 및 시나리오, 그의 오랜 영화적 동지 심성보 감독의 파트너십이 ‘해무’의 완성도를 충분히 보장한다. 여기에 배우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이희준 유승목 한예리 등 ‘연기파’의 총출동, 아이돌 출신이지만 충분히 연기파로 분류되는 박유천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란 점은 ‘해무’의 무게감을 더한다.

영화는 2001년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중국인 밀입국 시도 중 전원 사망한 제7호 태창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 잡던 전진호는 이제 제대로 된 고기잡이조차 못하는 고물배 신세로 전락했다. 급기야 정부의 감척사업 대상자로 전락한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선장 철주(김윤석)는 선원들과 함께 고기가 아닌 다른 것을 실어 나르기 위해 출항을 결심한다.

망망대해 앞바다에서 사람을 실어 나른 전진호는 일순간 의심과 반목 그리고 욕망이 뒤섞인 아귀 지옥으로 변모하기 시작된다. 몸 하나만 믿고 밀항을 시도한 조선족들은 선원들을 믿지 못하고, 선원들은 밀항이란 단어를 ‘권력’으로 착각 하면서 영화의 톤은 급격하게 격해진다. 철주는 자신에게 대드는 선원 한 명을 바다로 던지면서 남은 밀항자들에게 윽박지른다. “내가 이 배에선 대통령이고 너희들 아버지다”라고.

사실 ‘해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욕망에 대한 다른 이름처럼 자욱한 느낌도 강하다. 하나를 취하면 또 다른 하나를 취하고 또 다른 하나를 취하면 나머지 하나마저 욕심을 내는 선원들의 모습은 생사의 순간에서도 발현된다. 그 안에서 결국 인간성을 유지하는 동식(박유천) 역시 사실은 똑같은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면서 휩쓸린 무리 가운데 한 명이었다. 결국 모두가 욕망에 사로잡힌 악마였고, 욕망에 휘둘린 감정의 노예였단 점에서 ‘해무’는 봉준호-심성보 감독 콤비가 말한 ‘끝을 알 수 없다’는 표현을 정확하게 말한다. 그래서 ‘해무’의 기운이 너무도 잔인하고 또 밀도 있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시작도 또 끝도 알 수 없는 기운은 ‘공포’의 그것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영화 마지막 동식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던 그의 욕망이 결국 덧없는 꿈이었다는 것처럼 처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소리없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해무’와 꼭 닮아 보인다.

동명의 연극이 원작인 ‘해무’는 연극배우 출신인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이희준에 의해 더욱 힘을 받아 살아났다. 특히 김윤석은 감정 기복의 변화가 심한 선장 철주의 캐릭터를 소름끼칠 정도로 살려내 ‘역시’란 찬사를 이끌어 낸다. 눈길을 끄는 배우 이희준이다. 무심한 듯 시선을 돌려가며 오직 자신의 욕구만을 생각하는 선원 ‘창욱’을 만들어 낸 이희준의 연기력은 ‘해무’의 끝 모를 공포감을 선사하는 데 완벽한 동력을 자아낸다.

하지만 진짜 칭찬을 받을 배우는 박유천이다. 아이돌 출신으로 TV드라마에서 특출난 연기력을 선보인 그는 데뷔 첫 스크린 작품을 ‘해무’로 선택하는 초강수를 뒀다. 연극 원작 그리고 연극에 기본을 둔 선배들과의 협연은 자칫 ‘자폭’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무리가 없이 흐름을 따라가는 호흡과 더욱이 출연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감정의 폭이 큰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유지한 것은 그의 스크린 성공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장한다.

영화 ‘해무’, 욕망이란 괴물이 만들어 낸 아귀 지옥의 끝판이 펼쳐진다. 출중한 감독과 배우의 화려한 만찬이라 그 지옥이 자못 기대감을 자아낸다. 올 여름 개봉할 한국영화 ‘빅4’ 가운데 가장 감정의 진폭이 크다. 개봉은 다음 달 13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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